무척이나 좋아하는 말이다.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Building don't lie.
주택검사엔 포렌식 조사법이 사용된다. 포렌식 조사법이란 미국드라마 CSI과학수사대에 나오는 것처럼 증거를 수집하고 가설을 세워서 확인을 하는 방식의 조사법이다. 확실한 증거에 기반을 하기 때문에 설득력이 있고 타당성이 높은 과학수사법이다.
겨울철 처마 밑에 흘러 내리고 얼어 붙은 누런 갈색의 물 때문에 걱정이 많았던 집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봐서는 두세가지 정도의 원인들이 있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1차 현장확인 결과 집 안쪽으로는 외벽의 습도가 좀 높은 편이긴 했는데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천정쪽으로도 문제의 증상들은 나타나질 않았고... 그 얘긴 즉, 누런 색 물은 지붕 자체의 결함으로 인해 생긴 부분적인 문제, 지붕의 결로문제일 가능성이 높았다는 얘기이다.
자신들은 잘못이 없다는 식의 건축회사와 건축주와 협의하여
장비를 동원하여 지붕쪽을 추가 조사하기로 한다. 문제가 있으면 시공사가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시공사 잘못이 아니라면 건축주가 부담하기로 했다. 요즘 주택 외벽은 높이가 높고 복잡해서 사다리를 활용하기가 쉽지가 않다. 게다가 내시경이라도 넣어 보려고 하면 편한 받침대가 필요하다. 그래서, 작업용 스카이 크레인이 동원되었다.
크레인을 타고 올라가 보니 처마 소핏을 얼마나 작게 만들어 놓았는지
컨티뉴어스 벤트를 뜯어낸 공간으로 손을 넣어 내시경을 밀어 넣은 일이 보통 일이 아니다. 간신히 밀어 넣어서 살피는 것도 쉽지가 않다. 내시경을 쓰려면 케이블을 이리저리 돌리면서 움직여야만 하는데 그게 잘 안된다. 길게 밀어넣었던 것이 3미터 정도에 불과하다. 내시경만으로 될 일이 아니다. 어쨋거나 3미터 정도는 막힌 곳이 없다. 그런데, 왜 결로와 곰팡이 문제가 생겼을까?
풍속측정기를 꺼내든다. 벤트가 제대로 되어 있다면 바람의 흐름이 측정이 될 것이다. 역시나 그랬다. 곰팡이가 피고 누런 물이 흘러내린 곳들은 바람의 흐름이 거의 없다. 그 얘긴 즉 집안에서 올라온 습기가 위로 올라가며 건조되지 못하고 막혀서 아래로 결로가 되어 흘러내렸다는 것이다. 소핏위쪽 지붕처마 부분에 시공된 수성연질폼과 OSB 등에 핀 곰팡이가 그런 현상이 있었다는 것을 잘 나타내 준다. 건축사 대표는 겨울철에 무슨 처마 밑에 곰팡이가 피냐고 말도 안된다는 식으로 의문을 제기 했었지만 실내에서 올라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는 겨울철에도 처마 밑에 곰팡이를 피게 만든다.
처마 부분에서 지붕속 벤트 통로는 기본적으로 확보가 되어 있는 것 같아서 반대편 바람이 나가는 방향, 용마루쪽
출구 상태를 확인해 본다. 문제가 되는 곳의 벤트를 띁어내고 들여다본 순간 유레카! 원인을 찾았다. 지붕벤트의 출구쪽이 스프레이 폼으로 박혀 있었던 것이다.
스프레이 폼을 손을 뜯어내고 공기의 통로를 확보한 뒤에 장갑을 벗고 손을 대보니 뜨겁고 습한 공기가 확 밀려서 올라오는 것이 느껴진다. 습도를 측정해보니 90% 가까이 된다. 원래 지붕벤트는 실내쪽에서 올라와 지붕재료들에 축적이 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장치이다. 그런 지붕벤트가 스프레이폼 작업을 하면서 출구가 막히다보니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공기들이
처마 소핏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문제를 일으켰던 것이다. 원인을 찾았으니 그 다음 일은 단순작업이다.
집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집은 증거로 말을 한다.
집에 이상한 현상이 나타난다면 그건 뭔가 그에 대한 원인이 반드시 있다. 그것을 알아채고 해석하고 그에 따라 처리를 하면 되는 것이다. 괜한 억측은 오히려 더 문제만 키우고 분쟁만 생기도록 만들 뿐이다. 이번 일은 집 벽에 왜 누런색의 물이 흘러내릴까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끝까지 문제제기를 한 집주인의 노력의 결과이다. 초기에 문제를 바로 잡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 큰 문제를 예방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런 현상이 생겨도 그러다 말겠지하고 신경도 안쓰고 있다가 몇년 그런 일을 반복한 후에나 관심을 가진다. 그땐 이미 집도 내상이 심한 상태인지라 집중케어가 필요한 상태일 수 있다.
간만에 돌아와서 숙면을 취했다. 일이 잘 풀리면 맘이 편해서 그런지 잠도 잘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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