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한옥 사서 리모델링 하려고 했더니 공사비에 기겁하셨다는 사연

저 멀리 남쪽 바닷가 부근 도시에서 온 전화였다.

당황해서 한참 인터넷 찾다가 전화하셨다고... 시골에 오래된 한옥 구옥 한채를 사신 모양이다 수리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그런데, 인테리어하는 업체들 만나서 얘길해보니 부르는 공사비가 너무 높아서 기겁하신 모양이다. 본인이 생각하는 비용대비 두세배이상 높다보니 한마디로 멘붕 상태라고 얘길하신다. 그럴려고 산 것이 아닌데 하는 후회하는 마음도 약간 보이고...

 

(얘길 좀 들어보니 이런 전통한옥과 비슷한 형태의 남쪽지방 구옥인 것 같다.)

 

그냥 단열정도 추가하고 좀 고치고 사는 것은

그리 많은 비용이 들지 않을텐데 하는 생각에 어떤 것을 고치겠다고 얘길 했는지를 물어 봤더니 구체적이지 못하고 막연하다.  그래도, 업체들에 얘기한 것을 한번 나열해 보시라고 하니 단열 추가하고, 바닥 보일러가 안들어간  곳이 있고 해서 배관 다시하고 보일러 교체하고 (아마도 여기까지 정도가 그분 얘기한 금액에 맞는 수준의 공사였을 것 같다.) 그리고 계속 이어진다. 넓게 터진 공간이 있어서 벽을 좀 트고 다시 막고, 주방 위치가 좋지 않아서 뒤에서 앞으로 옮기고, 창도 좀 갈고... 음~ 돈들이 많이 들어가는 공사들이다. 처음 예상했던 금액으로는 가능하지가 않은 부분들이다. 인테리어 업자들이 너무 많은 금액을 불렀다고 생각되지 않는 상황이다.

 

리모델링이나 수리 작업등에 소요되는 비용들을 생각할때 그런 일들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은 비용이 어느 정도나 들어갈지를 감을 잡기 어렵다. 대개 재료비가 얼마나 들어갈지를 기준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비싼 견적서에 대해 그거 얼마나 한다고 하는 식의 반응들이 나오기 쉽다. 하지만, 리모델링 비용은 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인 신축을 하는 경우보다도 더 적게 들어간다. 리모델링 비용을 결정하는 최대의 변수는 인건비이다. 며칠간 공사를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없는 걸 새로 만드는 것은 한번에 끝나는 일이지만 있는 걸 부수고 다시 만드는 것은 일을 두번 반복하는 것이나 같다고 생각하면 리모델링 비용이 일반 건축비보다 비싸게 느껴지는 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특히나 옛날 집들은 손대기가 더 까다롭다.

 

  

 

참고로 내가 지내고 있는 수공식 통나무집 같은 경우도

비용의 대부분은 인건비와 관련된 것들이다. 사람들은 온통 큰 나무들로 만들었으니 나뭇값 많이 들었다고 생각하지만 나뭇값이나 기타 재료비들 다 포함해봤자 1/3도 안된다. 나머진 다 인건비 기타이다. 공사기간이 늘어나는만큼 비용도 비례해서 증가한다고 보면된다. 그래서, 시간 많은 분들중에 손재주 있는 분들이 인건비 아끼기 위해 직접 공사를 하는 것이다.

 

각설하고, 상담전화 거신 분의 경우엔

하나 하나 세세하게 얘기하지 않고 두루뭉실하게 얘기하다보니 비용자체가 더 높아진 부분도 있는 것 같다. 고객의 요구사항이 세세하지 않고 모호하면 견적도 모호하게 부풀려질 수 밖엔 없다. 도대체 어느 수준까지 공사를 해야만 하는지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원하는 수리항목을 쭈욱 정리를 좀 하라고 조언을 했다. 그리고, 그 수리항목별로 금액들이 얼마나 들지를 견적을 받아 본 후에 자신의 예산에 맞춰서 우선 순위를 정해서 먼저 작업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이었다. 우선 할수 있는 것은 하고 또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추가로 할 수 있는 것은 미리 계획을 세워 놓은 것이다. 그래야만 본인도 전체적인 리모델링 비용에 대한 감이 오고, 업자도 어느 수준까지를 해야만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선이 그어지기 때문에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생각컨데 이 분에게 가장 좋은 방법은

집을 사기전에 미리 주택검사를 받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아마도 처음부터 수리비가 적게 들어갈 수 있는 집을 선택할 수 있었거나, 아니면 수리비가 들어갈 것을 감안해서 활용할 수 있는 적절한 주택매입가격을 산출해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집 사고 난 뒤에 수리비가 많이 들어가는 것에 멘붕이 왔다면 그건 이미 자신이 원하는 집을 제대로 사는 것엔 실패를 했다는 이야기이다. 안타까운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