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지역이든 새로운 건축양식이 도입이 되면
처음에 도입된 원래의 매뉴얼에 따른 공사 방법과 현지에서 그동안 해오던 공사법들이나 공사관행들과는 갭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애시당초 처음부터 강하게 기본 원칙을 고수하지 않는 이상은 타협점을 찾아 변화된 방식의 공사들이 이뤄지게 된다. 그나마 조직적인 도입절차가 있었다면 원칙에 가까운 시공법이 채택이 될 터이지만 개인적인 관심과 동기들에 의해서 도입이 되는 경우라면 원칙보다는 편의성을 중심으로 한 방법들이 만들어진다. 거기에 원래의 매뉴얼에 의한 방법들이 왜 그래야만 하는지에 대한 이해 부족도 크게 한몫을 한다. 매뉴얼을 배우면서 빌딩사이언스와 같은 기본원칙들도 함께 배우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북미식 통나무주택이 국내에 도입된 것도
벌써 30년쯤 되어가는 것 같다. 1990년에 포항공대에 만들어진 통나무집이 아마도 기록된 것으로는 첫번째 건물일 것이다. 첫 작품이 호프집으로 쓰여서 그랬는지 이후에 90년대 초반엔 통나무집 분위기의 호프집이 꽤 많았다. 뭐든 처음에 어떤 인상을 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캐나다우드와 주요 주택건설업체, 대형 건재상들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량 목구조주택, 보통은 목조주택이라고 불리는 집들과는 달리 통나무집은 철저하게 개인들을 중심으로 건축이 이루어져왔다. 그러다보니 목조주택은 끊임없이 표준적인 시공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책자, 자료 및 교육활동들이 계속되는 반면 통나무 건축쪽은 아직도 편의성이 중심이 된 초기의 시공법들이 좀 더 남아 있는 것 같다.
통나무집을 지을 때 가장 대표적인 편법 시공법이
바로 지붕을 만들때 루버 먼저 설치하는 방법이다. 왜 이렇게 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시공의 편의성 밖엔 답이 없다. 그냥 편하게 재빨리 설치하겠다는 목적 외엔 아무것도 없다. 기능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 자체가 없는 시공방식이다. 산속에서 혼자 자기 집 짓는 사람이라면 써도 되는 방식이지만 돈 받고 남의 집 지어주는 경우엔 사용하면 안되는 방식이다.
부끄럽지만 예전에 저런 식으로 작업을 하는 현장에서 일을 했었다. 빌딩사이언스를 공부하면서 잘못된 것을 알고 많이 찔렸던 부분이다.
GBA에 올라온 하자문제 상담사례에 나온 사진이다.
방향만 다르지 같은 루버 천장이다.
천정 너머 저편에 곰팡이가 잔뜩 생겼다는 사례였다. 주말용으로 사용하던 오두막에 상주하면서 생긴 습기문제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되겠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저 루버가 겹쳐진 틈새 사이로 습기를 머금은 공기가 그대로 통과했다는 것이다. 루버와 루버 사이가 사람 눈엔 견고하게 붙어 있는 것처럼 보여도 공기 입장에선 고속도로이다. 게다가 루버에 있는 옹이들이 가끔 빠져버려 아예 뻥뚫린 구멍을 만들어 주기도 한다.
단열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공기의 누출을 막는 것이다. 공기가 그대로 새어나간다는 것은 단열이 잘 안된다는 증거이다. 다른 소소한 부분의 문제점들도 있지만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이 점점 더 큰 힘을 발휘하는 시점에서 단열과 습기 문제가 있는 편법 시공법은 더 이상 설자리가 없다. 집을 짓는 사람들은 무엇이 바른 방식인지에 대해 끊임없이 의문을 가지고 연구를 해야만 한다.
제대로 된 천정의 마감은 아래쪽에서 석고보드가 설치되고 그 위에 루버가 설치되는 방식이다. 석고보드 설치가 귀찮다면 타이벡과 같은 투습방수지를 설치를 해도 된다. 공기 누출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루버 먼저 설치하는 방식보다 아마도 이삼일은 더 공사기간이 늘어날 것이다. 돈 문제라면 차라리 공사비를 더 받더라도 제대로 공사를 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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