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 하나가 정말 큰 일 하고 있는 중
예전에 주택검사를 나갔던 오래된 주택가에서 본 장면이다. 벽돌 한장이 담장과 전봇대 사이에 끼워져 있다. 작은 벽돌 한 장에게 지워진 짐이 너무 무겁다. 넘어가는 담장을 온몸으로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엉뚱한 사람들에게 성질은...
저런 장면을 보면 어떤 사람들은 저 담을 쌓은 사람들을 마구 꾸짖어댄다. 도대체 어떻게 수직도 안맞추고 담을 쌓았기에 담장이 앞으로 기울어 넘어가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담 쌓는 사람들은 좀 억울하다. 백이면 백, 담을 쌓는 사람 중에 수직 안 맞추고 쌓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건 벽돌 조건의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제대로 쌓았다고 하는데 왜 저렇게 담장이 넘어갈까?
원인은 시간과 자연의 힘이 함께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직접적인 원인은 즉 비와 같은 물이다.
보통 사람들이 밟고 다니는 단단한 흙은 사실 단단한 것이 아니다. 흙은 대개 아래와 같은 구성 성분들로 이루어진다. 45%의 광물에 5%의 유기물(OM), 그리고 25%의 공기에 25%의 물이다.
일반적인 땅속의 흙이 위 그래프 정도의 수준이고, 성토되거나 파헤쳐진 흙들은 더 공기의 비중이 높을 것이다. 그래서 성토된 땅을 열심히 다지는 것은 흙 중에 있는 공기의 비중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비중이 높으면 나중에 많이 가라앉기 때문이다.
위 그래프에 보면 특이한 것이 공기와 물 사이엔 서로 들어간 부분이 있다.
그건 공기층에 물이 들어가기도 하고 물이 빠지면 다시 공기층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헌데, 공기의 양이 줄고 물이 더 많아지면 무슨 일이 생기냐면 물은 다른 흙 입자들이 움직이기 쉽도록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흙이 움직인다면 그 방향은 당연히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아래쪽이다. 거기에 위에서 누르는 힘까지 있다면 더 많이 움직인다. 성토된 땅을 그냥 내버려 두면 나타나는 자연적인 침하 현상이 그렇게 생기는 것이다.
위의 기울어진 담장 부분도 그런 식으로 생겨난 것이다.
나름 아랫부분 평평하게 만들고 흙도 좀 발로 다져놓고 하지만 그 상태는 이미 흙속에 공기가 많은 상태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비가 오고 물이 스며들고, 주변의 충격으로 땅도 흔들어주고 하다 보면 담장의 아랫부분이 가라앉는다. 특히나 담장 앞쪽으로 배수로라도 나 있다면 그 배수로로 흙이 조금씩 흘러 들어가면서 더 많이 낮아진다. 그러면 윗집 담장처럼 앞으로 기울어지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아주 천천히 오랫동안 기울다가 어느 한계점에 도달하면 한꺼번에 넘어지는 것이다.
'빌딩사이언스(건축과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집은 숨을 안쉰다. 당연한 얘기, 하지만 조습작용은 한다. (0) | 2022.04.29 |
---|---|
많은 경고의 글에도 불구하고 열반사 단열재가 여전히 많이 쓰이는 이유 (0) | 2022.04.28 |
나무 표면엔 왜 결로가 생기지 않을까? 그런데 왜 OSB는 푹 젖을까? (0) | 2022.04.28 |
단열강화로 커지는 서까래 크기에 맞는 릿지보드가 없을 때 조치요령 (0) | 2022.04.27 |
주택의 구조적 안전을 위해 집지을 때 지켜야만 하는 수직하중전달 원칙 (0) | 2022.04.27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