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일이 이론처럼 딱딱 맞아 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런 세상은 없다. 또 그런 세상이 있다면 재미도 없을 것 같다. 변화무쌍한 것이 삶에 재미를 주는 요소이니까!
내력벽, 비내력벽, 즉 하중을 지붕으로부터 기초까지 쭈욱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그런 벽과 그냥 칸막이용 벽을 그림이나 설계도면을 가지고 구별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위에서부터 화살표를 쭈욱 아래로 그어 내려 보면 금방 판단을 할 수가 있는 일이다. 지붕에서 기초까지 쭈욱 연결된 벽체들, 예컨대 대부분의 외벽들은 내력벽이다.
하지만, 현장에 서면 좀 복잡하다. 일단 사이즈가 커졌기 때문에 전체의 구조가 머릿속에 들어와야만 한다. 설계도가 있으면 도움이 되지만 꼭 도면대로 시공된 것도 아니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 확인을 해야만 한다. 도면엔 없는 조이스트와 빔들이 어느 방향으로 걸쳐서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만 한다. 그래서 먼저 지하부터 살펴보고 쭈욱 올라가면서 내부 구조를 보고 계속 올라가서 지붕천정안쪽까지 다 들여다 봐야만 그제서야 어느 벽이 중요한 부분인지를 알 수가 있다.
말은 쉽지만 집 지은 방식들이 다 틀리니 실제로는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점검구가 있어서 위, 아래가 확인이 잘되는 집들이 있는 반면에 요즘 지어지는 집들중엔 아예 점검구 하나 없는 집들도 있다. 다락방까지 쓰는 집들은 점검구를 만들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경우는 지붕 모양 등으로 유추를 해야만 한다. 자그마한 실마리라도 찾아서 조이스트들과 빔들이 어느 방향으로 어디에 설치가 되었는지를 추정해야만 한다. 쉽지않은 일이다. 집 짓는 빌더들이 사용하는 방식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제대로 확인이 안되면 결국 어느 한두부분 결정적으로 중요한 부분들은 천정에 구멍을 내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도 발생을 한다.
어제 검사한 집은 그 작업 마저도 쉽지가 않은 집이었다. 도면도 없고 점검구라고는 하나도 없고, 층간 구조를 달리 해 놓았기 때문에 내력벽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게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오르락 내리락 거리면서 이리 저리 살펴본 결과 몇군데
중요한 부분들을 찾아낼 수가 있었다.
찾아놓고 나니 이상하다. 문제는 중요 부분중 한 군데에받쳐주는 부분에 아무 것도 설치된 것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레벨을 맞춰보니 역시나 그 부분이 좀 처졌다. 집 가운데가 살짝 가라앉았다. 설계 자체에도 문제가 있고, 그걸 시공하면서도 좀 가볍게 생각한 것 같다. 하중계산을 안했던지 아니면 너무 가볍게 잡은 것이 아닐까 싶다. 내력벽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이 조금만 더 있었어도 그런 문제는 없었을텐데 안타깝다.
집 가운데가 가라앉는 것은 당장은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지속적인 충격에 의해서 주변에 틈새를 만들어 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고, 만일의 지진 등의 자연재해시엔 구조적인 취약점이 큰 문제로 이어질 수가 있다. 또 집 수리 등을 할 때도 각별히 주의를 해야만 한다. 뜻밖에 힘을 받는 부분들을 괜히 건드렸다가 정말 큰 문제가 생길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된 구옥 같은 것을 리모델링을 할 땐 주택검사를 먼저 받아보고 하는 것이 좋다. 구조와 관련되는 대형하자문제 예방차원에서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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