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사조 중에 메타몰리즘이라는 것이 있다. 도시와 건축을 신진대사하는 생명체처럼 유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지어야만 한다는 생각이다. 그 메타볼리즘의 대표적인 건물이 일본에 1970대초에 지어진 나카긴 캡슐타워이다. 이런 모양으로 생겼다. 아마 보신 분들 많을 것이다. 굉장히 유명한 건물이니 말이다.
원룸 형태의 캡슐 실내는 당시 최첨단의 분위기가 나도록 만들어졌다. 둥근 창 때문에 왠지 우주선 같은 분위기... 옛날 브라운관 TV에 릴형태의 오디오 패널이 이채롭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이 모듈형 캡슐은 낡으면 분리해서 새로운 것으로 교체를 한다는 개념이었다. 마치 식물들이 신진대사를 하면서 낡은 세포는 버리고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내듯이 말이다. 요즘 모듈라로 집이나 빌딩을 짓는 사람들이 하는 얘기와 똑같다. 언제든지 떼어내고 교체를 할 수가 있다. 패션도 복고풍이 있듯이 건축에도 그런 복고주의가 있는 것 같다.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하지만, 캡슐타워는 2021년에 철거가 되었다. 신진대사가 이뤄진 것이 아니라 소멸한 것이다. 일본내에서도 기념비적인 건축물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보존을 위해서 노력을 했으나 철거는 피할 수가 없었다. 처음 계획대로 왜 캡슐을 하나도 교체를 하지 못하고 전체를 철거할 수 밖엔 없었을까? 그 부분을 모듈라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 반면교사로 삼아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유지관리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한다. 끼워 넣은 방식은 필연적으로 빈 공간을 만들어 낼 수 밖엔 없고 그 틈에서 생긴 문제는 어떻게 손을 볼 방법들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각종 배관들을 분리했다가 다시 연결하는 일들이 쉽지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처음 설치한 캡슐을 하나도 교체해 보질 못하고 전부다 철거를 할 수 밖엔 없었다는 것이다.
최근에 국내에도 모듈라 주택 건축업체들이 많다. GS자이가이스트나 공간제작소와 같은 큰 업체들도 있다. 작은 업체들은 부지기수이고... 그런 업체들이 발전을 하기 위해선 앞서 비슷한 일들을 해왔던 해외 업체들의 겪었던 문제들에 대해서 좀 더 심도깊게 들여다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저 공장에서 만드니 무조건 좋다는 식의 말만 하지 말고 말이다. 그런 말 강조하려다 보니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 폄하하는 발언들을 너무 쉽게 하는 것 같다. 요즘 집 잘 짓기 위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고 기술수준들도 많이 올라갔는데... 미국은 모듈라 건축의 역사가 근 백년은 되었는데 아직도 헤매고 있다. 집을 공장에서 만든다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라는 얘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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