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주택검사를 시작할 때만 해도
인터넷에서 주택하자에 대한 사례들은 참 찾기가 어려웠는데 지금은 그래도 주택 하자 문제를 얘기하는 사례들이 많아졌다. 좋은 현상이다. 상처는 드러내야 치료가 되듯이 주택 하자문제도 수면위로 자꾸 밀어 올려야만 개선이 된다. 끊임없이 개선하는 업체만이 살아 남게 될 것이다. 그게 원래 어떤 산업이든 크게 성장을 하기 위해선 거쳐야만 하는 과정이다.
다만 좀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주택 하자에 대해 적어 놓은 내용들 중엔 문제 원인에 대한 분석이 잘못된 것들도 있고, 또 원인은 그나마 비슷하게 짚은 것 같은데 보수는 또 엉뚱하게 하는 사례들도 발견이 된다. 공부가 더 많이 필요하다.
예전에 처음 집 짓기를 배울 때
가르치던 분이 하신 얘기를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나무는 썩지않고 부후가 된다는 얘기이다. 썩는다는 것은 재료가 공기, 열과 습기, 미생물 등에 의해 분해가 된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부패한다고 말한다. 반면에 부후된다는 것은 나무에 버섯균이 자리를 잡고 살면서 그 안에 있는 셀룰로오스와 같은 성분을 먹이로 삼아 분해를 해서 나무로서의 성질을 잃게 하는 것을 말한다. 비슷해 보이지만 그 둘은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 비슷한 과정이지만 결과의 유익성을 기준으로 부패냐 발효냐를 구분짓고 있는 상황이니 부패와 또 부후를 구별한다는 것도 나름 의미는 있어 보였다. 뭐랄까 주로 사용하는 건축재료에 대한 애정 같은 것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초보 목수로서 그때 단단히 심어진 생각이 나무에는 썩는다는 말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이후로는 건축재료의 변성관련된 얘길 하면서 나무에 대해선 썩는다는 말을 잘 사용하질 않는다. 노병은 죽지않고 사라져 가듯이 나무는 썩지않고 부후되어 갈 뿐이다.
그런 생각이다보니 나무집을 짓는 목수들이
주택하자를 얘기하면서 아무 거리낌없이 여기가 썩었다, 저기가 썩었다는 식으로 얘길하는 것을 보면 뭐랄까 좀 많이 아쉽다. 왠지 나무가 푸대접을 받는다는 느낌, 성질도 잘 모르고 나무에 대한 존중, 감사함 같은 것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깟 건축재료로서의 나무가 뭐 대단하다고 그러냐고 얘길할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다루는 재료를 귀히 여기는 것은 목수로서의 기본자세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요리재료가 썩었다면 싹다 갖다 버려야만 한다.
그건 건축재료도 마찬가지이다. 나무가 썩었다면 당연히 다 분해해서 버리고 새 걸로 교체를 하는 것이 기본이다. 왜냐면 한번 썩은 부분은 어짜피 회복은 안될 것이고 건축재료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으며, 또 주변재료도 상하게 만들 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렇게나 열심히 썩었다고 얘기하던 집을 보수작업을 하면서는 그대로 다 놔두고 보수작업을 한다면...
그럼 애시당초 안썩었거나 아니면 보수작업이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을 해야만 되는 것이 아닐까? 말과 행동이 다른 것에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그럼 넌 어떻게 얘기하냐고 묻는다면 난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 부후되었다는 말은 또 사람들이 잘 모르기 때문에 다른 말을 쓴다. 나무가 상했다고 말한다. 상했다는 말은 부분적으로는 문제는 있어도 상한 부분은 도려내고 잘 보완하면 다시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다. 내 생각으로는 집주인들은 나무가 썩은 집에서 사는 것 보단 나무가 좀 상한 집에서 산다는 얘길 듣는 것이 좀 더 마음이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옛날에 오래된 장인들이 지혜롭다는 얘길 듣고 존경을 받았던 것은 아마도 그런 식으로 세세한 부분까지도 마음을 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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