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자인 나로선 알고는 있으나 여전히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다. 아는 것과 이해를 한다는 것은 다른 것이다. 몇 년 전에 이십여 년이 지난 목조주택을 한 채 검사한 적이 있었다. 캐나다에서 온 백안의 목수가 지었다고 했다. 겉모습으로는 세월의 흐름을 잘 느낄 수가 없는 깨끗한 집이었다. 외벽이 비닐사이딩으로 되어 있었는데 거의 새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주변에 있는 새 집들 사이에서도 오래되었다는 티가 안나는 그런 집이었다. 그리고, 비닐 사이딩과 같은 사이딩 종류는 하자 문제도 거의 생기질 않는 재료인지라 벽체 상태도 좋았다. 기초가 높게 지어진 것도 집 관리에는 긍정적인 작용을 했을 것이다. 상태가 좋아서 나도 이런 집을 하나 샀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국내에서 요즘 지어지는 집들에선 비닐사이딩은 구경하기가 힘들다.
비닐사이딩은 커녕 시멘트 사이딩도 보기가 힘들다. 둘 다 하자 문제가 잘 생기지 않는 재료들이다. 주택의 하자 문제를 검사하는 일을 하는 나로서는 하자가 잘 생기지 않는 외장재가 사라지고 있으니 향후 사업전망이 밝기만 한 상황이다. 게다가 그런 사이딩을 대체한 것이 스타코 종류이다. 스타코는 또 시공 오류로 하자가 많이 생기는 방식이니 더더욱이 기뻐할 만한 일이다.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개운치가 못하다. 그건 내가 주택검사를 하는 목적이 돈뿐만이 아니라 하자가 없는 집을 짓도록, 하자로 인해서 고생하는 사람들이 생기지 않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업의 본질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탐탁지가 않다. 하지만, 도리가 없다. 건축주들이 특히나 여자들이 사이딩은 싫고 스타코는 좋다고 하기 때문이다. 겉으론 아닌 듯이 보여도 실제적으로 집과 관련된 결정적인 권한은 안주인들이 가지고 있다. 그분들 마음에서 사이딩은 멀리 떠나 있는 존재이다. 이유는 단순 명확하다. 스타코는 예쁘고 사이딩은 예쁘지 않다. 한 가지 더 있다. 사이딩은 싸 보인다고 생각한다.

스타코가 멋지다는 것은 인정을 하지만...
나도 집을 지어 놓고 보면 스타코가 환하고 멋져 보인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게 몇년이나 갈까? 그런 부분도 생각을 해야만 한다. 보는 것은 좋아하나 유지관리에 대해선 무지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은 스타코 벽 해놓고 몇 년 지나면 때가 탄 모습에 또 절망을 한다. 예쁨이 미움으로 바뀌는 것도 순식간이다. 지저분해지면 벽체 청소를 하면 되는데 그런 생각은 잘 안 한다. 다시 또 포장을 하려고 한다. 새로 선택되는 외장재는 세라믹 사이딩이다. 왜 선호되냐면 예뻐 보이고, 있어 보이고, 거기에 유지관리를 잘 안 해도 계속 깨끗해 보일 것 같기 때문이라는 점이 하다 더 추가된다. 여성들 화장의 기법이 발달하듯 집도 자꾸만 화장을 하는 기법들이 생겨난다.
여자들이 예쁜 것을 선호하는 이유로는
여자들이 예쁜 것을 선호하는데엔 예쁜 걸 좋아한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그것에 버금가는 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다. 남들 눈엔 어떻게 보일까를 또 신경을 쓴다는 것이다. 이 부분이 내가 잘 이해를 못 하는 부분이다. 왜 남들 눈을 그렇게 의식을 하는 것일까? 내 생각엔 그런 의식도 후천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선천적, 즉 본능적인 부분으로 보인다. 그 얘긴 아무리 설득을 해도 변하지 않는 생각이라는 것이다. 나와 같은 남자들은 겉에 투자하지 말고 안쪽에 투자해서 좀 더 거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라는 주장을 한다. 과시욕에 불타는 사람이 아니라면 남자들에게는 나름 잘 먹히는 얘기이다. 하지만, 여자들에겐 다르다. 일견 그들 앞에서 얘길 할 땐 수긍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결정적인 선택의 순간엔 본능을 따라간다.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을 한다.
결국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 성향을 그냥 인정할 수 밖엔 없다. 결국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은 이런 것 같다. 예쁜 집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예방을 하는 일. 이성이 아무리 발달을 해도 본능을 극복하기는 어렵다. 그러니, 그냥 약간만 방향을 바꿔주는 정도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그렇게 노력하며 시간이 지나다 보면 아마도 예쁘고 하자도 없는 집들이 많이 생겨나 있지를 않을까? 하긴 집이 예뻐야 관리를 잘 하고 더 오래 보존이 된다는 해외 사례들이 있기는 하다. 우리와는 좀 다른 풍토이다.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우리나라는 주택의 유지관리에 대해선 좀 황무지격이다. 그냥 부수고 밀고 새로 짓는 것에 더 익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파트에 주로 살다 보니 유지관리는 남의 일로 생각하는 경향도 좀 더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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