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받는 질문중에
하자 없는 집짓기 교육이나 가성비 좋은 집짓기 교육을 하다 보면 가끔 받는 질문,"왜 집짓기 교육을 집을 짓는 사람들이 아니라 건축주들이 받아야만 할까요?"결론 먼저 얘기한다면 그건 집 짓는 사람들이 그런 교육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아래와 같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집들이 바뀌었어요.
주택건축 현장이 돌아가는 모양새는 미국이나 우리나 크게 다르지가 않다. 주택의 기능과 문제들을 연구하는 빌딩사이언스 과학자들은 요즘 짓는 집은 40~50년 전의 집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집이라고 얘길 한다. 형태도 차이가 있지만 그보다는 집을 짓는 과정에 워낙에 바뀐 것들이 많아서 예전에 배웠던 기술과 지식만으로는 제대로 된 집을 짓기 어렵다고 한다. 예전엔 요즘과 같은 고기밀 고단열 주택들이 없었고 좀 더 단순한 구조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집을 제대로 지으려면 바뀐 것들에 대해서 교육을 받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과거의 집들은 단순했기 때문에 집을 지은 후에도 문제가 생기면 고치고 보완하는 것들이 비교적 쉬웠다. 특별한 교육없이도 집을 고치면서 건축기술까지도 배울 수가 있었다. 하지만, 과학자들에 의하면 이젠 과거와 같은 식으로 경험을 통해 배운 지식들은 새로운 집에는 적용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요즘의 집은 복잡해져서 예전처럼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 곧 문제의 원인이 아닌 경우들이 많고, 명확한 원인분석이 되지 않으면 제대로 보수하는 것조차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집들은 기본적으로 벽체의 구조가 여러 겹으로 이루어진 다층구조이고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단순히 겉으로 나타난 증상만 고쳐서는 안 된다. 한 곳만 고쳐 놓으면 다른 곳에서 또 다른 형태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그 근원을 찾아 고쳐야만 한다는 것이다.
변해버린 주택의 올바른 건축을 위해
빌딩사이언스 과학자들은 하자 문제를 연구하고, 개선 방법을 찾아 많은 연구결과들을 내놓고 있는데, 문제는 그런 지식을 알고 현장에 적용해야할 사람들이 배우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어찌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다. 미국이나 우리나 모두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일하기에 바빠 새로운 것을 배울 시간 자체가 없다. 배움에 들어가는 경제적인 여유 부족도 원인이 된다. 같은 일을 오랫동안 반복해온 경험들이 많은 나이 들고 고집 센 사람들이 많다. 요즘은 외국인 근로자들도 많다. 하던 대로 시키는 일만 하는데 굳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욕구 자체가 적다. 그러다 보니 하자를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이 개발되어도 현장에선 적용이 잘 안 된다.그나마 큰 하자 문제가 생기면 그때에서야 건축규정에 관련되는 내용이 포함될 뿐이다. 미국에서도 빌딩사이언스의 연구결과가 건축규정에 포함되려면 10년에서 15년이 걸린다고 하니 그 둘 사이엔 시간적인 격차가 엄청나다. 그동안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집주인의 몫이 된다.
미국의 건설현장에 이런 속담이 있다고 한다.
"하자는 집주인이 발견하기전까지는 하자가 아니다."
우리의 건축현장도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급한 것은 건축주들이다. 게다가 건축주는 건축현장에서 유일하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외부 결정권자이다. 건축비를 부담하는 사람이다 보니 건축주의 말은 가볍게 넘기질 못한다. 현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수가 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교육 받으려고도 안 하는 건설현장 사람들을 교육하려고 애쓰는 것보다는 차라리 집주인들을 교육시키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집주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들이 많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다.
현장 일꾼들을 교육하기란 어렵다. 아파트를 짓는 대기업도 못하는 일이다. 건축과정 감독도 북미권처럼 엄격하지도 않다. 배가 산으로 갈 확률이 미국보다 훨씬 더 높은 상황이다. 그래서, 국내에선 건축주들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하다. 제대로 집을 짓기 위해선 실력이 있는 시공자를 선별할 줄 알아야만 한다. 선별능력이란 알아야만 생기는 능력이다. 집짓기 교육은 그런 능력을 건축주들이 가질 수 있도록 해준다. 그러니, 하자가 적은 제대로 된 집을 짓고 싶다면 건축주들이 먼저 배워야 할 수 밖엔 없다. 북미지역의 빌딩사이언스 과학자들이, 그리고 우리의 건축 현실이 집주인들에게 던지는 현실적인 요구사항이다. 물론 배우지 않고도 좋은 시공사나 시공자를 만나 원하는 집을 지을 수가 있다. 하지만, 행운이 따라야만 한다. 운에 맡길 것인지, 자신의 손에 맡길 것인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주택검사를 하는 내가 건축주 대상의 집짓기 교육까지 하는 이유는 주택검사는 결국 시공품질을 높이기 위한 피드백과정인데, 시공하는 사람들이 교육에 참석하기 어려운 상황이니 건축주에게 알려서라도 건축품질을 높이겠다는 노력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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