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나온 뉴스에 실손보험료가 대폭 인상된다는 얘기가 있다. 보험사들이 손실을 감당할 수가 없다는 얘기이다. 보험이 원래 꼭 필요한 상황에 공적부조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보험을 돈벌이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생겨난 일이다. 낸 돈 보다 많이 가져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질수록 보험은 점점 더 비싸고 보장 범위는 줄어들고 할 수 밖엔 없다.
세상의 보험사들만큼 리스크 관리를 신경써서 잘하는 곳들이 없다. 일을 하려면 자신들도 먹고살아야만 하기 때문이다. 뭐라고 할 일이 아니다. 보험사가 없으면 보험도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손실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들을 한다. 그중 하나가 뭔가 보험금이 많이 나갈 만한 일이 생길 것 같으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써서 그런 일들이 나타나는 것을 없애고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한다는 것이다.
주택과 관련된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에서 안전한 집에 대한 연구를 가장 많이 하는 연구소는 보험회사들이 만든 IBHS라는 연구소이다. 아마도 이런 동영상 자료들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물 크기로 지은 집을 바람에 날려보거나, 불을 질러보거나 하는 실험들에 대한 자료들 말이다. 그런 연구를 할 수가 있는 엄청나게 큰 규모의 연구시설을 가지고 있다. 보험사들이 연구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집도 점점 더 안전해지고 보험사들도 돈도 벌고 바람직한 일이다. 윈윈 전략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바람직한 쪽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가끔은 씁쓸한 사례들이 생기기 시작을 한다. 이건 어느 한쪽의 잘못이라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어쩌면 인간의 본성 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욕심은 눈을 가리는 법이다.
미국이나 영국과 같은 나라들엔 집수리 관련 보험상품들이 있다. 집에 이상이 생기면 지정된 수리비를 지급하는 보험이다. 워낙 인건비들이 비싼 나라이다 보니 집에 문제가 생겨 고치려면 수리비가 만만치 않게 나오기 때문에 생긴 보험들이다. 이 집수리 보험을 들면 초기엔 결로와 곰팡이로 인한 문제들이 생기면 그 수리비도 보장을 해 주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미국의 집수리 보험 회사들이 큰 문제에 직면했다. 주택 붐 이후에 대규모로 지어진 집들에 결로가 생기고 곰팡이가 생기는 집들이 늘어난 것이다. 예상치 못하던 곰팡이로 인한 보험금 지출이 급격하게 증가를 해 버렸다. 처음엔 부실시공 쪽의 원인이 아닐까 생각을 했었는데, 나중에 드러난 것으로는 부실시공보다는 보험금을 노린 부실 관리 쪽의 문제들이 더 컸던 것으로 조사가 되었다고 한다. 보험금을 받으려고 일부러 집에 곰팡이가 피어나고 악화되도록 만든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실손보험처럼 보험을 엉뚱하게 활용하는 사람들이 증가를 했다는 얘기이다.
그런 사태에 직면한 미국 보험사들이 선택한 길은 단순하다. 결로와 곰팡이로 인한 주택의 문제는 보장 범위에서 제외해 버린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적어도 결로와 곰팡이로 집이 무너지는 일은 없을 터이니 말이다.
이상한 사람들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은 피해를 볼 수 밖엔 없는 사회이다. 많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이니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이제는 보장을 받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에 결로와 곰팡이 문제는 집주인들이 떠맡고 가야 할 부담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미국 사람들은좀 더 안전하고 문제가 없는 집을 구입하기 위해서 거의 대부분이 주택 검사를 받는다. 만일 결로와 곰팡이 문제가 있는 집을 샀을 경우 그 수리비가 많이 나오기 검사비는 보험료 정도로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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