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돈도 없고 있는 건 시간과 넘치는 에너지뿐인
그런 젊은 시절이 있었다. 요즘 같은 오락거리가 없던 시절인지가 시간만 나면 등산이나 도보여행을 다니곤 했다. 그때 여름철이면 빼놓지 않고 꼭 챙겨가던 물건이 있었으니 바로 남대문 시장에서 구매한 미군 판초우의였다. 요즘은 판초우의도 좀 간지가 나지만 예전 것들은 퇴색된 국방색에 뒤집어 쓰고 있으면 어디서 저런 거지가 다 왔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그런 물건이엇다.
보기는 그렇더라도 비가오면 커다란 배낭메고 우산 쓰고 다닐수는 없는 상황인지라 어쩔 도리가 없이 판초우의를 뒤집어쓰고 다닐수 밖엔 없었다. 그런데 비가 내린다고는 하지만 더운 여름날 한 10분만 판초우의 쓰고 걸으면 바람통하는 숨구멍이라곤 하나도 없는 비닐제품인지라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기 십상이었다. 그럼 땀으로 젖으나 비로 젖으나 똑같은 것이라면 비로 젖는 것이 오히려 더 시원하겠다는 생각에 벗어서 배낭만 감싸주고 그냥 온 몸으로 쫄딱 비를 맞으면서 다니는 일이 다반사 였다.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운동할때 땀낼려고 입는 옷
숨구멍이라곤 없는 옷이 땀복이다. 찾아보니 영어로는 좀 더 우아하게 표현해서 그런지 사우나 슈트(sauna suit)라고 부른다. 이 옷의 특징도 숨구멍이 전혀 없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삐질삐질 나온다. 옷 속에 땀이 갇혀서 증발되지 않으니 점점 더 더워지고 더 많은 땀이 흐르도록 만들어진 옷이다.
판초우의나 땀복이나 너무 덥고 습기가 차면 벗어 던지면 된다. 다음번 사용을 위해 잘 빨아서 건조를 잘 시켜주면 오래 오래 잘 사용을 할 수가 있다.
요즘 지어지는 집들 중엔
단열성과 기밀성을 너무 강조하다보니 집에 판초우의나 땀복을 입혀 놓은 것 같은 집들이 있다. 숨구멍도 없이 말이다. 주택에서 숨구멍은 지붕의 벤트, 벽체의 환기가되는 배수면, 각종 환기장치들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그런 것들이 제대로 설치가 안된 집들이 많다는 얘기다. 옷은 땀이 차면 벗어서 말리면 되는데, 집에 습기가 차면 어떻게 할 수가 있을까? 홀라당 벗겨내 빨아서 건조시켜 다시 입힐수가 없다.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실내에서 땀이, 즉 습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만 한다. 그럴려면 욕실도 바깥으로 보내고, 주방도 옛날 부엌식으로 실내와 분리를 해야만 하고, 심지어는 집안에서 땀 낼 일은 하지 말아야만 한다. 아니면 집 안에 제습기나 환풍기를 계속 틀어놔서 실내 습도를 강제로라도 낮춰줘야만 한다.
집은 땀복을 입혀 놓은 것 처럼 지어졌는데 습도관리는 전혀 안되는 집들이 많다. 온 집안이 축축하다. 사는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는 사이에 그런 집들은 결로의 천국, 곰팡이의 지상낙원이 된다. 반면 사람에겐 최악의 거주장소로 변해간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아야만 한다. 집 짓는 사람은 자신이 어떤 특성을 가진 집을 짓고 있는지를 알아야만 하고, 그 집을 어떻게 관리를 해야만 하는지를 집주인들에게 알려주어야만 한다. 아쉽게도 두 부분 모두다 잘 안되고 있다. 게다가 요즘 집들은 점점 더 곰팡이들이 좋아하는 재료들로 지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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