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 회사들이 사회적으로 기여하는 부분들이
훨씬 더 클테이지만 모든 것이 다 만족스러울 수는 없듯이 나로선 좀 불만인 부분이 있다. 바로 생명보험사들이 전국민들에게 각인시키다시피한 사람의 일생에 대한 곡선, 라이프 사이클에 대한 것이다. 보험 컨설턴트 만나면 우선 꺼내드는 그들의 최고의 무기가 바로 라이프사이클이기 때문에 왠만한 분들이면 다들 아래 그래프 한두번 이상은 보았을 것이다. 형태는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연령대에 맞춰서 수입과 지출 곡선을 그려 놓은 것들이다. 나중에 돈 많이 필요하니 미리미리 보험 들고 저축해 두라는 것이 이 그래프가 주는 메시지이다.
하지만 보험회사의 라이프 사이클엔 문제가 있다.
주의가 필요하다.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있지만 특히 내가 주목하는 부분은 저런 곡선이 사람들의 무의식적인 심리상태에 미치는 영향력이다. 인생은 저 그래프와 같이 단순한 것이 아니다. 저런 곡선은 인생을 그냥 운명적으로 수동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게 한다. 생로병사는 워낙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 그 안에서 우리가 뭔가 치열하게 노력한다는 것 자체를 무의미하게 생각하도록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정년에 은퇴해 살다가 인생을 마치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실제로는 그리 많지도 않을 것이다. 저런 것은 그냥 보험을 많이 들라고 권유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곡선이라고 여기는 것이 더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대신 사람들이 주목해야할 곡선이 따로 있다.
바로 찰스 핸디가 그의 책 "포트폴리오 인생"에서 언급한 시그모이드 곡선이다. 이 곡선의 장점은 단선이 아니고 여러 개의 선들이 계속 추가될 수 있다는 것, 즉 변화하는 삶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 곡선이 현대인들의 삶을 더 잘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 그래프에서 중요한 부분은 빗금친 부분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삶의 어느 시점에선간 그간 살아온 삶의 방식, 직업 등을 정리를 하는 기간이 존재를 하고, 그런 기간을 거치면서 사람은 또 다른 성장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시그모이드곡선은 비단 사람에게만 해당이 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도 마찬가지이다. 주택을 기존의 단선의 라이프사이클로만 바라보는 사람들이 묻는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이런 집은 수명이 얼마나 되나요?"
그런 사람들은 어떤 형식의 집은 수명이 몇십년, 몇백년 하는 이야기들에 집착을 한다.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하지만, 주택의 수명을 시그모이드 곡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은 집은 유지관리가 중요하고, 또 어느 때엔간 이것 저것 다 손을 봐야만 하고 그런 과정을 통해서 더 오랫도록 편리하게 집을 사용할 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요즘 지어지는 집들은 라이프사이클 보다는 시그모이드 곡선에 더 들어맞는 집들이다. 미국에선 대개 13년 정도면 한번 리모델링 수준의 수선에 들어간다고 한다. 건축재료의 내구성 문제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주택거래나 사는 사람의 취향이 변해서 이루어지는 현상이라고 한다. 또 사회 환경의 변화 속도도 주택의 수리를 촉진시키는 한 요소이다. 휴대폰, 인터넷, 기타 가전제품들의 발전은 그런 기구들이 없었던 시절 지어진 집들의 부분적인 수선을 필요로 한다. 단열기준의 변화는 집 전체의 변화를 요구한다. 요즘 집은 한번 지어지면 끝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하는 그러한 요구들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어져야지만 한다.
사람이나 집이나 단선의 곡선으론 세상의 변화에 대응할 수가 없다.
'집에 대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택 하자문제를 부르는 디자인, 그 놈의 디자인이 뭔지... (0) | 2022.05.05 |
---|---|
국내에서 스틸하우스는 왜 많이 지어지질 못했을까? 장점도 많은데... (0) | 2022.05.04 |
왜 옛날 사람들이 지은 벽돌건물이 현대보다 더 조적기술이 높을까? (0) | 2022.04.28 |
주택하자 문제를 다루는 기본원칙, 뭐가 정상상태인지를 알아야만 (0) | 2022.04.26 |
어떤 집이 오래갈까? 주택의 내구성은 재료가 아니라 습기문제 예방에.. (0) | 2022.04.21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