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아는 것에 대해선 민감해도 잘 모르는 것에 대해선 둔하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중에 하나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한 것이고, 뭔가 불편한 것이 있더라도 그게 잘못된 것이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그저 원래부터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해 버린다. 주택에 문제가 있어도 그걸 문제로 인식을 하질 못하는 것이다.
알지 못하니 고치지도 못하고 불편한 상태로 계속 살아갈 뿐이다. 사람은 뭐든 잘 적응하는 존재이다.
우리 시골집이다.
십몇 년 전에 국내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전원주택 건축업체를 통해서 지은 집이다. 지은 다음 첫겨울에 집이 좀 춥다는 얘길 들었다. 그때 생각으론 할머니가 기름 아낀다고 보일러 제대로 켜지 않고 지내서 그렇다고만 생각했다. 단열성이 좋다는 새 집이 뭐 그리 추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내가 건축 일을 하면서
그리고 빌딩사이언스와 주택검사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이 집을 다시 살펴봤다. 천정에 올라가 보니 집이 추운 이유가 드러났다. 단열 공사를 제대로 꼼꼼히 해 놓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집 자체가 추운 또 다른 근본적인 이유도 있었다. 집을 지을 당시만 해도 국내에 저런 식의 주택은 처음 지어지던 시기이다보니 단열에 대해선, 특히 열교현상에 대해선 잘 모르는 것이 많은 시절 이었다. 우선 유리섬유 단열재 사다가 지붕 아래공간부터 좀 보강을 했다. 많이 나아졌다는 평가다.
전에 아동심리에 대한 교육을 받을 때가 생각이 난다.
맨 처음 배우는 것이 정상적인 아이들의 성장발달 단계이다. 왜 그걸 먼저 배우냐면 정상이 뭔지를 알아야만 비정상이나 문제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있기 때문이라는 교수님의 설명이었다. 매우 중요한 이야기이다. 정상이 뭔지를 알아야만 문제가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집도 마찬가지이다. 정상적인 상태가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야만 비정상적인 상태인지를 판단할 수가 있다. 모르면 문제가 있는 상태를 정상적인 것으로 알고 그냥 불편하게 살아갈 수 밖엔 없는 것이다. 미국에서 주택거래를 할 때 홈인스펙션, 즉 주택검사를 반드시 하는 이유는 보통 사람들은 집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서 한번 검증해 주는 절차를 만들어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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