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그리 단순하지가 않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소소한 것들에도 과학적인 이론이 덧씌워지고, 법적인 부분까지 가미가 되면 이것저것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아지면서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집 짓기에서 가장 단순한 작업 중 하나인 글라스울, 유리섬유 단열재를 설치하는 것조차도 마찬가지이다.
유리섬유 단열재는 대부분 그냥 위의 사진처럼 설치를 하면 된다. 종이면이 겉으로 오게 해서 스터드 사이에 집어넣고 종이 날개 부분을 펴서 스터드에 타카로 탁탁... 간단한 일이다. 그게 뭐 어려운 일인가? 더 이상 생각할 것도 없는 일인 것 같다.
하지만, 단열재를 넣은 곳이 저런 벽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좀 헷갈리는 부분들이 생겨난다. 천정 바닥면에 단열재를 깔 때는 종이면이 어디로 가도록 하는 것이 좋을까? 다락방 작은 벽체(knee wall)엔 어떻게 설치를 해야만 하나?
(Knee wall은 아래 그림을 참고)
빌딩사이언스 과학자들은
뒷면에 타르가 발라진 저 종이의 원래의 용도에 집중한다. 크래프트지는 원래 습기를 지연시키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니 습기 발생이 많은 따뜻한 방향 쪽으로 설치를 하면 된다. 하지만, 천정 위쪽에 설치하는 경우에 대해선 천정 위쪽에 지붕면이 따로 또 있어서 그런지 방향이 어느 쪽이든 관계가 없다고 얘기를 한다.
또 다락방의 측면 작은 벽인 니월의 경우엔 빌더들 입장에선 안쪽 벽만 석고보드를 대고 그 뒷면에서 단열재를 설치하는 것이 작업에 더 수월해서 종이면이 실내쪽 보다는 지붕 쪽으로 설치가 많이 된다. 또 니월 뒤쪽의 지붕 서까래에 단열재를 설치하는 경우에도 종이면이 아래쪽으로 노출이 된다.
그런데, 그게 뭐 어쨌다는 얘기인가? 뭐 저렇게 설치를 할 수도 있겠다고 쉽게 심플하게 생각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 화재예방 관련된 법 조항들이 가미가 되면
저런 식의 시공들은 다 문제가 된다. 크래프트지는 종이로 된 재질이라 불이 잘 붙는다. 거기에 뒷면에 타르까지 칠해져 있으니 불나면 완전히 활활 타오르면서 옆으로 불길을 전달하는 물질이다. 그래서, 크래프트지의 표면이 노출이 되면 안 된다. 저 표면은 항상 석고 보드나 OSB, 합판과 같은 다른 재료들로 덮여서 사용이 되어야만 하는 재료이다. 종이면의 노출 시공은 미국에선 소방 관련 법규 위반사항으로 주택검사시에도 지적사항 중의 하나이다. 국내는 그런 기준이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목조주택과 관련된 법규 기준들은 미국 것을 그대로 들여와서 적용을 시키는 상황이니 같은 기준으로 바라보면 될 것 같다.
목조주택은 철저하게 매뉴얼에 따라서 짓는 집이다.
그리고 그 매뉴얼의 바탕에 과학적인 연구결과와 실패의 사례들 뿐만 아니라 관련되는 법적인 규정까지도 다 함께 녹아 있다고 보면 된다. 매뉴얼을 꼼꼼하게 반복해서 읽으면서 왜 이런 식으로 하라고 할까를 생각하고 그것을 준수하는 길이 하자가 적은 집을 짓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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