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강가 기암절벽 아래에 정자가 하나 있다.
오전에 가서 누워 있으면 시원하다. 헌데 오후엔 정자 아래가 후덥지근하다. 강가에 전망좋고 바람 잘 부는 곳에 돈 많이 들여서 지은 정자인데 왜 이리 더울까?
(동네마다 정부 지자체에서 보조 받아서 지은 정자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겉 모습은 그럴듯한데 더운 여름날 저 아래에 있으면 시원하다는 느낌을 그리 받지 못한다.)
질문 하나 하자.
여름 한낮에 느티나무 아래에 있는 것이 더 시원할까? 정자 아래에 있는 것이 더 시원할까? 시험해 본 적이 있는지 모르겠다. 대개 정자 아래보다는 느티나무 아래가 더 시원하다.
왜 그럴까? 이유는 복사열때문이다. 느티나무 잎들은 증산작용 등의 이유로 햇볕에 달궈지지 않기때문에 온도가 높지않다. 반면, 정자 지붕은 여름 한낮의 햇볕에 달궈져서 뜨끈뜨끈하다. 지붕의 그 열이 아래로 복사열의 형태로 전달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그늘이지만 느티나무 아래가 더 시원하다고 느끼게 된다.
복사열이 없는 정자를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만 할까?
단순하다. 집 만들듯이 하면 된다. 정자 지붕에 단열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정자 지으면서 지붕에 단열하는 사람 몇이나 될까? 대개 단열은 하지 않고 지붕을 덮는다. 그늘막 정도 밖엔 역할을 못하는 것이다. 지붕위에 기와 올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아래쪽을 단열하는 것이 더 시원한 정자를 만드는 방법이다.
전에 집 짓기 교육때 만났던 분이 지었다고 페이스북에 올린 원두막, 정자 사진이다. 지붕에 단열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제대로 원칙을 알고 있는 것이다. 이 아래쪽은 우리 마을의 정자보다는 여름에도 훨씬 더 시원할 것이다.
여름에 시원한 정자를 원한다면 지붕을 단열하면 된다. 여름에 시원한 집을 원한다면 역시나 지붕 단열을 잘 하면 된다.
같은 원칙이 적용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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