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건축사들이 직접 지은 자신의 집이나 건물들에 대한 빗물 누수나 습기문제 등에 대한 검사 의뢰를 받는 경우가 있다. 그냥 전문분야가 다르니 별 생각이 없지만, 그 분들 입장에선 좀 체면 깎이는 일로 생각을 하기도 하는 것 같다. 건물 사진 같은 것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는 당부를 하는 경우도 있는 것을 보니 말이다. 누수 문제는 어디든 생길수가 있는 일인지라 그렇게 생각을 안해도 되는데... 어쩌랴!

물은 사람들의 의도나 마음과는 상관이 없이 자기가 편한 곳으로 알아서 흐르는 경향이 있는지라 예기치 못한 곳으로 흘러들어가기도 한다. 집이 크고 복잡하면 더 그런 경향이 있고, 또 사람들이 하는 일인지라 실수가 생기기도 한다. 집 짓고 나서 누수 생기면 잘못된 곳 찾아서 고치면 된다. 집이란 것이 원래 그런 보수, 유지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집주인 입장에선 새것 다시 띁고 고치고 또 해 놓고 하는 과정이 스트레스를 받을 일이긴 하지만, 세상에 퍼펙트한 것은 없다는 생각을 가지면 스트레스 지수는 좀 내려가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열 나는 사람들은 예전에 삼성 이건희 회장의 한남동 자택도 신축후 누수로 몇년 고생했다는 뉴스도 있었으니 위안을 삼으시기 바란다. 적어도 누수 문제에 있어선 빈부의 격차가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 왜 건축사들은 자기가 설계한 집이고, 또 시공할 때도 열심히 들여다 봤으면서 누수의 원인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 나한테 그 일을 의뢰를 할까? 내 생각엔 그건 아마도 집 지은 사람들이 가지는 고정관념 같은 것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분들 생각엔 여긴 이렇게 시공이 되어 있으니 물이 안 샐꺼야 하는 식의 고정관념들이 있다. 자기가 설계하고 또 시공도 감독을 했으니 그런 생각의 틀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그냥 물이 어디로 흐를까를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 부위는 빼고...' 하는 식의 생각이 없다. 그런 차이가 누수원인을 찾는 것에 차이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보인다.
이 집은 베란다 밑에서 누수가 되었는데 위에 처마도 있고, 데크로 깔려 있고, 밑에 방수처리도 되어 있고 하다보니 여기서 물샌다는 생각을 전혀 못했던 집이다. 심지어는 시공업체에서 이 부분을 열어보고도 전혀 알아채질 못했다. 그런식으로 시간만 흘려보내던 집이다. 괜히 결로문제라고 엉뚱한 이유나 대고 말이다.

하지만, 생각이 물처럼 흐르는 내 눈엔 문제점이 빤히 보인다.
"저기서 물 새겠네!"
커피포트 빌려다가 한 주전자 물을 부어보았다. 잠시 뒤에 아래쪽 천정에 물방울이 맺힌다.

이런 경우는 누수 지점이 바로 밑이고 조사 환경이 좋다보니 결과가 쉽게 나타난 상황이지만, 보통은 철콘주택의 경우 반응이 많이 늦다. 하루나 이틀 뒤에 물이 스며나오는 곳들도 많다. 그러니 늘 이렇다는 기대는 하지 마시도록...
그나저나 내 눈엔 빤히 보이는 문제점이 왜 그 사람들 눈엔 안보였을까? 바로 그게 고정관념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설계하고 지은 집엔 그런 고정관념들이 알게 모르게 많이 끼어 있다. 그것들이 문제를 찾는 눈을 흐리는 것이다. 왜 그런 것 있잖은가? 실력은 낮지만 이상하게 훈수둘 땐 잘 두는 것. 그런 상황들이 벌어지는 것이지 그 분들이 몰라서 그런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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