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스팀버 건축 관련 공부를 하면서 글들을 쓰고 주변에도 얘길 하고 있다. 그에 대한 반응들을 보면 당연하겠지만 생소해하고, 기존의 목조건축과의 차이점을 이해를 못하고 있다. 매스팀버나 목조나 그냥 같은 나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둘은 개념이 다른 것이고, 그 부분이 매스팀버 건축이 기존의 목조건축과는 차별화되는 핵심이다. 그것만 알면 목조건축과 매스팀버 건축의 차이점을 좀 더 쉽게 이해를 할 수가 있다.
목조건축에 사용되는 목재와 매스팀버건축에 사용되는 목질재료(wood-based product)는 원재료는 같은 나무이지만 개념적으로는 다른 재료이다. 목재는 통나무를 규격에 맞게 잘라서 만드는 단순가공만 이루어진 재료이다. 그래서, 통나무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를 하고 있다. 반면에 목질재료는 나무를 1차 가공하고 거기에 또 다른 재료들을 추가하여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재료이다. 그래서 나무의 성질 일부에 또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다. 비유하자면 시멘트와 콘크리트와 같은 차이가 있다. 시멘트에 골재와 물을 섞어 굳히면 콘크리트가 되듯이 기존의 목재에 부가적인 가공을 하면 '목질재료'가 되는 것이다. 목재로 만든 콘크리트와 같은 형태가 목질재료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본질적으로는 엔지니어링 우드라고도 부른다. 인공적으로 만들었다는 얘기이다.

나무를 층별로 직각으로 교차하도록 결합을 하면 구조적인 특성이 달라진다.
어떻게 보면 매스팀버 건축은 그냥 기존의 철콘 건물에서 철콘 부분을 목질재료인 CLT로 대체하는 것과 같은 일이다. 재료만 바꾸면 되는 일이란 것이다. 그 과정에서 콘크리트를 타설 하기 위해 했던 모든 공정들이 불필요해지고, 단지 공장에서 만들어온 재료를 설치만 하는 형태로 건축과정이 바뀌어버리니 이게 대단한 차이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난 매스팀버 건축혁명이라고 부른다.
그래도 무슨 얘긴지 잘 모르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낯설어서 그렇다. 자꾸만 듣고 보고 생각하다보면 천천히 이해가 갈 것이다. 그게 나 같은 사람이 할 일이다. 낯선 것을 쉽게 풀어서 이해시키는 것, 이해할 때까지.... ^^;
재료의 개념이 다르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한가지 예를 들어본다.
나무 개념을 가진 분들에겐 목재는 불에 잘 타는 재료이다. 하지만, 사실 통나무 상태에선 잘 타질 않는다. 그걸 목재로 사용을 하기 위해 잘게 잘게 잘라 놓았기 때문에 잘 타는 재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우리가 난로 피운다고 장작 만드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쪼개질 않고 큰 덩어리로 넣으면 오히려 불 꺼먹기 일쑤이다. 이유는 큰 덩어리의 나무는 표면이 타면서 숯이 생기는데 이 숯이 열을 차단하는 단열층과 공기의 침투를 차단하는 공기차단층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숯안쪽의 부분은 잘 타질 않는 현상이 생기기 때문이다. 혹시나 그게 아닐까 봐 매스팀버 연구하는 사람들이 수천번이상 불장난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생기나 실험을 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나무의 고유한 성질이라는 것이다.

빌딩은 화재 안전에 관련된 규정들이 있다. 층수에 따라 불난다음 몇 분을 버틸 수 있느냐가 그런 규정들의 핵심이다. 안타는 것이 아니라 오래 버텨서 사람들이 피난을 할 시간을 벌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럼 단순하게 생각을 해서 화재에 오래 버티려면 나무가 두꺼우면 된다.
목재로는 두꺼운 나무가 귀하다. 커다란 나무를 잘라서 만들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재를 사용해서 인공적으로 만드는 목질재료라면 두께는 별로 문제가 안된다. 작은 나무를 많이 집어넣어서 새로 만들면 되니 말이다.
아래 그림은 뭔가 하면 일본에서 지은 4층짜리 목조아파트의 기둥부분 단면도이다. 기준이 화재에 75분을 버텨야만 한다고 했다. 그럼 4층 건물이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는 나무의 최소 두께는 200mm, 거기에 나무를 75분 동안 불을 계속 가해서 태울 수 있는 깊이가 65mm, 그러면 사방으로 65mm씩이 필요하니 필요한 기둥의 두께는 최소 두께 200mm에 양쪽으로 65mm를 더해주면 되니 330mm이다. 그럼 기둥의 두께는 330mm.
단순하다. 쉽게 계산이 된다. 엔지니어링이 된다는 것은 이런 식의 계산이 쉽게 이뤄질 수가 있고, 또 거기에 맞게 재료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는 것이다.
두께 330mm 기둥을 목재로 쉽게 대량으로 구할 수가 있을까?
불가능하다. 하지만, 인공적으로라면 쉽게 대량으로 만들어낼 수가 있다.
그러니 목재를 만드는 것은 1차 산업이지만, 목질재료를 만드는 것은 2차 산업이라는 것이고, 그래서 매스팀버 건축은 목조건축의 산업 혁명이라는 것이다.
* 매스팀버 건축이 왜 혁명적인 변화인지에 대해선 아래 글을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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