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폭우엔 비 새는 집들이 많아진다. 그냥 얌전히 비만 오면 안새던 집도 바람 불며 오는 비엔 새기도 한다. 바람은 빗물을 벽체속으로 밀어넣는 힘으로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비가 조금 새는 것은 별 문제가 안된다. 금방 마르고 별 티도 안날터이니 말이다. 하지만, 많이 샌다면 그땐 취약한 부분을 고쳐야만 한다.
주택검사는 원래 집의 현 상태를 평가해 주는 일이다. 집 사고 팔때 공정한 거래가 되도록 매물에 이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체크해서 전반적인 품질상태를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똑똑한 분들이 너무 많아서 그런 기본적인 품질점검 수준의 일로 주택검사를 요청하는 일들은 적다. 요즘 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늘어나기는 했지만, 아직도 수요가 많이 부족하다. 매매과정이 불공정한 편이다.
대신 누수 등의 하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원인찾기를 해달라는 요청들이 많다. 사람들은 대개 집 상태엔 관심이 없지만, 물이 새는 것만은 예외이다. 누수증상만 생기면 무관심하던 사람들도 화들짝 놀라 걱정근심 모드로 들어간다. 도대체 왜 새는지를 잘 모르겠고, 얼마나 샜는지, 어느 정도까지 수리를 해야만 하는지를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두려움에 휩싸인다. 그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주택검사를 요청하는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주택검사를 요청한다고 다 나가는 것이 아니다. 일단 얘길 들어본다. 그리곤 판단한다. 별 것 아닌 문제인데 너무 걱정이 많은 경우엔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설명을 해서 안심시켜주고 검사는 안나간다. 나가면 돈 버는 일이지만 서로 낭비이다. 그 분은 돈 낭비, 난 시간낭비. 그 시간에 다른 일 하는 것이 서로 도움이 된다.
또 안나가는 경우가 있다. 문제가 있는데도 안나간다. 이 글의 주제이다. 어떤 경우냐하면 직면하고 있는 누수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다른 분들이 요청하는 경우이다. 그런 경우엔 생각부터 바꿔줘야만 하기 때문에 피곤하다. 그래서, 아예 안간다. 그 정도의 열정을 가지고 일하기엔 나도 좀 나이가 있다.
어떤 생각의 차이냐 하면 이런 것이다.
누수엔 발생 원인에 따라서 찾는 방법이나 대응하는 방법이 다르다. 배관 누수의 경우엔 어디서 새는지를 콕 찍어서 핀포인트식으로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 부분을 고치면 해결이 된다. 방수 문제로 생기는 누수의 경우엔 방수층이 노출이 되어 있으면 그나마 핀포인트식의 누수조사가 가능하다. 하지만, 방수층이 묻혀있을 때엔 방수층 파단의 문제인지 여부만 확인을 하고 맞다면 방수공사를 다시 하는 식의 과감한 조치가 취해져야만 한다. 배관 누수와는 다르다.
비가 새는 문제는 좀 더 범위가 넓다. 지붕, 벽 등의 건물 외피에 취약한 부분이 있는지를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방수문제도 포함되지만 근본적으로는 건축물에 적용된 물처리방식에 취약한 부분이 있는지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 개념으로 얘길하자면 물관리층(water control layer)의 문제를 찾는 것이고, 일본 개념으로 얘길하자면 방수문제를 포함한 우사무(아마지마이)에 관련된 부분을 점검하는 일이다. 왜 지붕과 벽에 물이 들어가서 바깥으로 배출이 되지않고 고이는 현상이 생겨났을까가 점검의 포인트이다.

우사무와 방수의 차이를 보여주는 자료, 빗물누수는 두가지 문제를 모두 다뤄야만 한다.
원인이 다르니 대처 방법도 다를 수 밖엔 없다. 배관 누수와 달리 빗물누수는 물이 새는 지점을 핀포인트 식으로 찾기 힘들다. 앞서 얘기했듯이 바람에 의해서 생기는 누수 문제 등 원인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배관누수처럼 어느 특정부분의 문제가 아닌 경우들도 있다. 그러니, 그런 부분 찾아서 거기만 때우면 되는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취약한 부분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또 들어간 물은 실내쪽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빨리 흘러나가도록 하고 또 건조가 되도록 하는 형태를 만들어주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꼭 누수가 되는 지점을 못찾더라도 누수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취약한 부분을 보완해 주는 것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볼 수가 있다.
그런데, 빗물 누수 문제를 배관누수 탐지하듯이 해 달라는 분들이 있다. 그 분들 생각엔 물은 어딘가 틈이 있어 들어가는 것이고 그 틈만 찾아 메꿔주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들어가는 곳을 콕 찍어 찾아주질 않으면 누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다. 빗물 누수의 특성을 아는 나와는 생각에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그 분들 생각을 바꿀수는 없다.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차이가 있다보니 그냥 서로 맞지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요구를 하는 분들은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고 얘길해주고 끝을 낸다. 아니면, 서로 피곤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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