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벌써 몇 번을 다시 읽는 줄 모르겠다.
한번 읽은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또 다시 읽어 보고 싶어지는 책이다. 이렇게 여러번 읽게 된 데는 처음에 내가 책을 읽는 방법이 잘못되었기 때문인 이유도 있다. 그저 많은 정보를 허겁지겁 들이 붓기에 바빠서 책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맛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 식의 수박 겉핥기 식의 독서를 하고 한 뒤에 뭔가 큰 것을 빠뜨렸다는 생각에 또 다시 책을
잡아들곤 한 것이 벌써 여러번째이다. 애초부터 차분히 시간을 들여 정성껏 봤으면 좋으련만..
천천히 읽는 것의 효용성을 이제야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의 책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이 책도 문장 한구절 한구절 음미하며 읽어가야 제 맛을 알 수 있다.
비록 그가 얘기하고 있는 대상이 우리에겐 낯선 것들이지만 그 낯선것을 바라볼때 우리의 생각과 마음이 이러하리라고 느껴지는 것들을 섬세한 어조의 글로 써 놓았다. 글이 묘사하는 느낌을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익숙하지 않은 것들조차 우리에겐 낯설지 않은 것들로 변화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부러운 글 솜씨다.
알랭 드 보통의 철학의 근본 감정은 슬픔이다. 그의 어느 책을 보던 슬픔이라는 것이 가장 바탕에 깔려있다.
왜, 무엇이 슬플까?
세상을 섬세하게 바라보는 사람의 눈엔 순간순간의 완전성, 아름다움이 자꾸 기억의 세계속으로 사라져가는 것이,
영원하지 않는 것이 슬픔의 근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슬프기 때문에 더욱 섬세할 수 밖에 없는 그의 글 속으로 한번 빠져들어본다.
정신없이 경제개발에만 몰두해 오다보니 이제는 사는 집조차도 돈으로만 바라보는 우리 사회에서
무언가 잊고 있는 집에 대한 아련한 근원적인 감정들을 알랭의 이 책은 우리에게 다시 한번 되살펴 보도록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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