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내 통나무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스믈스믈 올라왔다.
집중이 안된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아파트 서재가 아니라 통나무집이란 느낌이었다. 그래서, 연휴 끝나자마자 가방 싸들고 다시 돌아왔다.
왔더니 완전 냉동창고이다. 며칠동안 비워두었더니 집 온도가 바깥 온도에 맞춰져 있다. 난방기구라곤 난로 밖에 없으니 어쩔수 없는 일이다. 가방 내려 놓자마자 마른 장작 잘게 부숴 불쏘시개를 만들고 잘 마른 나무가지 몇개 작게 자르고 불에 잘 탈 소나무 토막, 낙엽송 토막 먼저 사용해서 난로에 불을 붙인다. 금방 호르륵 불길이 올라온다. 그 다음부터는 난로 환기구 확 열어놓고 30분에 한개씩 커다란 나무토막을 집어 넣어서 난로의 온도를 200도가 넘어가도록 만든다. 그렇게 서너시간을 해야만 집안쪽의 통나무들이 열을 받아서 쾌적한 실내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공기를 데우는 것은 금방이지만 벽체가 차가우면 쾌적한 느낌이 떨어진다. 그래서 난방할땐 벽체의 온도까지 높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주전자에 물 가득 받아 놓고 헛개나무 열매, 잔나비 걸상버섯, 둥글레 말린 것을 넣어서 끓인다. 음료수 대용이기도 하지만 실내 습도가 낮다보니 수증기의 공급도 좀 필요하다. 난로에 불 붙여 놓고 앉아서 따뜻한 차 한잔 마시고 있으니 여기가 바로 내 아지트이구나 하는 생각이 밀려온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 편안한 곳, 책 보고 차 마시고 졸리면 의자에 바로 누워서 한숨자고...
남자들은 중년이 넘어가면 그런 자기만의 공간이 필요해 진다.
뭐랄까? 정신적으로 다시 사춘기를 맞이하는 것 같은 그런 시기가 있는데 그게 중년기라고 한다. 지금이 딱 그 시기이고, 딱 그런 시기에 맞는 나만의 혼자만의 공간이다. 어릴 땐 옛날 한옥집의 구조가 좀 이상하게 생각이 되었었다. 왜 남자들은 사랑채가 필요할까? 그게 지금은 이해가 된다. 다 필요한 이유가 있었다. 나이 들어야만 아는 것도 있다.
난 이런 자기만의 공간을 사랑방이라고 부르는 것 보다는 아지트라는 말로 부르는 것이 더 좋다. 아지트란 말은 뭔가 비밀스러운 그런 공간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아지트는 외부활동을 위한 근거지라는 의미도 있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편안한 아지트가 있어야만 왕성한 외부활동도 가능하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중년 남성들의 자살 소식을 접할 기회가 있을 때 마다 내 머릿속에 드는 생각중 하나는 그 남자에게 이런 자기만의 공간이, 자기만의 아지트가 있었다면 아마도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것이다. 다시 사춘기를 맞이한 중년의 남성들에겐 가끔은 자기만의 세계로 가라앉을 수 있는 고치같은 것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아지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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