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황토집 짓기나 온돌방 만들기에 대한 글들을 읽다보면
구들장에 대한 너무 과장되거나 상식적이지 않은 이야기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당연히 그런 것인양 말해지고 있는 것들을 보곤 한다. 좀 과장되게 얘기하도 사람들이 다 알아서 가감해서 듣겠지 하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진짜로 그 내용을 믿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써 놨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들 중엔 남들 말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들도 많기 때문에 그렇게 허풍스럽게 말할 일은 아니다.
구들장 놓은 사람들이 자주 하는 과장된 말들 중에
가장 대표적인 얘기가 불 한번 넣으면 열흘이상 방바닥이 쩔쩔 끓는다는 얘기이다. 이런 얘기가 사람들에게 그대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칠불암 아자방 같은 한번 불을 때면 온기가 100일을 갔다는 식의 구들방의 전설이 널리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좀 찾아보니 아자방의 온돌에 대한 기록도
한달은 갔다거나, 49일간 따뜻했다는 식의 좀 신빙성있는 기록과 어떤 이는 100일을 갔다더라 식의 카더라 통신이 함께 전해지는 것 같다. 그 중 앞쪽의 숫자는 사라져버리고 뒷쪽 큰 숫자만 과장되게 일반 사람들에게 전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 아자방의 크기가 15평정도 된다고 한다. 여기에 100명이 넘는 스님들이 들어가서 염불을 하고 수도를 했다고 하는데 그 좁은 공간에 그 많은 사람들이 들어가 있으면 겨울에 난방 안해도 훈훈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사람 체온때문에 말이다. 이런! 얘기가 좀 엉뚱한 쪽으로 흘렀는데 우리 전통문화재와 딸려있는 전설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괜히 구들장에 대한 엉뚱하고 과장된 말들은 오히려 그런 의문들을 제기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어 오히려 구들장의 명성에 역효과를 불러 올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구들장의 성능에 대해선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우리가 과학시간에 배운 내용중에 에너지 보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구들장도 마찬가지 원칙이 적용된다. 에너지는 형태만 변할 뿐이지 없어지거나 늘어나거나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구들장에서 장작불을 때면 장작은 열에너지로 전환이 된다. 그 열에너지가 방바닥을 데운다. 그런 과정들 속에서 에너지 손실은 피할 수는 없지만 일단 그런 것 없다고 가정하고 얘기해 본다.
활활타는 장작불에 방바닥이 뜨끈뜨끈하게 데워진후 그 상태가 그대로 유지가 되려면 방바닥에 있는 그 열에너지들이 딴데로 가면 안된다. 그대로 있어야만 한다. 하지만 에너지가 한 곳에 머물러 있을수는 없다. 예를 들어 뜨끈한 곳 찾아서 지지기 좋아 하는 아주머니들이 들어와서 바닥에 누우면 열에너지는 그 아주머니들에게로 옮겨가기 시작한다. 사실은 방 바닥이 끓는다는 것 자체가 이미 방안의 공기를 데우는 작용을 하면서 에너지를 밖으로 내보내고 있는 상태이다.
언제까지? 방바닥의 온도와 방안에 면하는 모든 벽면, 천정의 온도가 같아질때까지.. 천정이 쩔쩔 끓는다는 얘기를 못들어 봤으니 방바닥은 계속 열을 방출하는 상태가 될 것이다. 벽면, 천정은 외부에서 계속 한기가 들어오므로 계속 차가워지고 방바닥에선 더 많은 열에너지들이 방출이 되어야만 한다. 처음 얘기했듯이 에너지는 늘지 않는다. 그럼 장작에서 전환된 방바닥의 열에너지는 얼마 못가서 고갈이 될 것이고, 방바닥은 그에 따라서 차가워질 것이다. 차가워지면 다시 장작불을 때면 된다. 그냥 그것이 자연이 돌아가는 이치이다.
좋은 구들장이란
장작불 때서 생긴 열에너지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양을 줄이고 방바닥 데우는데 많이 사용되도록 하는 효율성이 있는 것을 말할 것이다. 그래서 한꺼번에 에너지가 확 외부로 방출이 되지 않도록 축열을 하는 방법들이 함께 사용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열에너지가 한번에 외부로 방출이 되지 않고 집안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늘려 줄수만 있게 한다면 구들장의 효율은 좋은 것이다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그래서, 온돌방 만들고 구들장 놓는다는 분들에게 한마디 조언을 한다면 실내의 온도를 유지하는데엔 구들장만 효율이 좋아선 안된다는 것이다. 너무 한쪽에 치중하면 놓치는 것이 생기기 마련이다. 구들이 낸 열을 품은 공기가 방에서 쉽게 밖으로 빠져 나가버린다면 구들장이 아무리 효율이 좋아도 설령 전설의 아자방을 갖다 놓아도 좋은 구들방이란 말 듣기는 힘들다. 좋은 구들장이 되기 위해선 그 위에 지어진 집의 기밀성, 단열성도 함께 좋아야만 한다는 것이다. 따뜻한 공기가 방안에서 오래 머물수록 바닥 구들장의 온기는 더 오래 갈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구들장 만들려는 분들은 구들장에만 신경쓰지 말고 집 자체의 기밀성, 단열성에도 신경을 써야만 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기밀성 부분은
사실 온돌방에 적극 권장하기엔 좀 위험성이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구들장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점인 방바닥 갈라짐과 그로인한 일산화탄소 등의 가스 중독 문제 때문이다. 완벽 시공을 추구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것이 인간의 본성인지라 사고의 위험성이 있다는 얘기이다. 아마도 그래서 구들 놓는 분들이 위쪽까지는 신경 안쓰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저런 것 따지다 보면
적당한 수준의 구들장에서 타협해야만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긴한다.
참고로 가끔 새 집 지으면서 그 안에 한칸 정도는 구들장 놓은 분들이 있다. 요즘 지어지는 집들은 기본적으로 옛날 집들보다 훠얼~씬 기밀성이 좋은 집들이다. 예전처럼 불때고 살다간 가스 중독과 실내 공기 오염의 우려가 크다. 걱정되는 건축방식이다.
그런 계획 가진 분들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 건강지키려다 건강 잃는 일 생긴다. 구들이 놓인 온돌방이 필요하면 차라리 집에서 분리한 작은 황토찜질방을 하나 만드는 식으로 하는 것이 훨씬 더 안전하고 주택의 유지관리에서도 바람직한 방식으로 보인다.
주택에 관련된 내용들은 뭐든 한가지 면만 보면 안된다. 여러가지 요소들이 복합적, 입체적으로 작용을 한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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