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했다.
똑같은 것이라고 해도 좀 더 예뻐보이는 것이 좋다는 뜻으로 쓰이는 속담이다. 예쁜 것에 대한 본능적인 인간의 선호도를 잘 나타내는 말이다. 새로 짓는 집이다. 쓰이는 나무들도 반짝 반짝 윤이 나는 그런 현장의 모습이다. 새 것이라고 하는 것은 좋은 것 그리고 예쁜 것이라는 숨은 뜻과 그런 기대 심리가 있다.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을 흐믓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고객들의 그런 심리까지 생각하는 탁월한 건축가들은 쓰는 나무 하나에도 신경을 쓰고 공사하는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하는 부분들에도 신경을 쓴다. 청소는 기본 일과이다.
그런데, 우리 공사 현장에선
그런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곳들이 적은 것 같다. 공사 현장은 늘 어수선하고 정리가 안된 모습을 보이는 곳들이라는 고정 관념이 있는 것 같다. 나중에 치워야지 하고 놔두지만 나중에 치우는 경우가 별로 없다. 가끔 주택 검사하다보면 벽체 속이나 지붕 속에서 벌겋게 녹슨 망치나 못 더미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정리 제대로 안하고 청소 제대로 안하고 제대로 확인도 안하고 그냥 마감해 버린 흔적들이다. 가끔 뉴스에 나오는 수술할때 잊어 버렷던 가위들이 몇년이 흐른 뒤에 사람의 몸 속에서 발견되는 경악할만한 일들이 건축현장에선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다 청소와 정리가 일상적인 일로 자리를 잡지 못해서 생기는 일이다. 특히나, 벽체 속에 남겨진 톱밥 덩어리들은 습기가 더해지면 곰팡이와 해충들이 소화하기 딱좋은 먹이감이 된다. 집나간 곰팡이와 해충들도 다시 불러들이는 맛있는 음식이 되므로 단열재 작업이나 마감 전에 반드시 깨끗하게 청소를 해 주는 것이 좋다.
청소도 제대로 안하는 사람들이 나무가 어떻게 보이면 좋을까 하는 심미적인 관점에서의 보는 눈이 있을리가 없다. 조금만 신경쓰면 될 일인데도 집주인이 인상 쓰고 속상해 할 것이 뻔히 보이는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곰팡이 자국 이야기이다.
아무리 노력한다고 해도 공사중에 어쩔수 없이 비를 맞히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신경쓰면 그런 일도 최소화하고 골조에 곰팡이, 청태가 피는 것은 피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비 철철 맞혀놓고 나무들의 표면에 곰팡이가 생겼는데도 괜찮아요 만 연발하는 목수는 그냥 일당 받고 일하러 다니는 잡부 수준을 평생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기본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기 위해선 좀 더 넓은 관점과 시각이 필요하다.
아래 사진의 일을 한 사람은 조금은 더 신경을 쓴 것 같지만 결국은 위의 사람이나 똑같다. 처음엔 저거 뭔 문양인가 그랬다. 자세히 살펴보니 위의 사진과 같이 곰팡이가 생기자 그걸 없앤다고 곰팡이 제거제를 스프레이로 뿌린 모습이다. 무슨 동양 산수화도 아니고 이상한 문양을 만들어 냈다.
곰팡이가 생겨서 보기 싫으면 스프레이 뿌리면서 걸레로 닦아내면 나무 표면이 얼룩지지않고 깨끗해 진다. 말끔하게 만들 수 있는 일인데 저 상태는 꼭 유리창 청소 하려다가 물만 뿌려 놓은 것 같은 상태를 만들어 놓아 버렸다. 하나가 부족하다. 그 하나가 그 일하는 사람의 수준을 결정한다.
누누이 강조하는 내용이지만
점점 건축 장비가 발달되고 표준화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집을 짓는 기술은 어느 정도만 경험이 있으면 이젠 별 차이가 없다. 숙련도는 기술자의 수준을 좌우하는 요소가 못된다. 보다 대우 받는 목수가 되려면 남들보다 한가지더 갖춰야만 한다. 요즘 대부분의 목수들에게 부족한 것은 건축주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공감의 능력이다. 고객의 생각을 읽지 못하는 사람은 평생 남들이 시키는 일만 하는 처지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곰팡이 처리해 놓은 모습 하나만 봐도 그런 것이 느껴진다. 내가 주인이라면 어떻게 보일까 하는 조금의 생각이라도 있었다면, 내가 짓는 집이 좀 더 멋있게 아름답게 보이려면 어떻게 해야만 할까 하는 생각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저런 식으로 처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작은 생각이 큰 변화를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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