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주택 하자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지만 사실 주택 하자라는 말이 이렇게 사회적으로 널리 쓰이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구글의 엔그램 뷰어에 주택 하자를 의미하는 building defects 라는 단어를 검색해보면 그 등장횟수가 1980년대에 한번 급격히 늘어났고 좀 줄어 들었다가 최근에 피크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이 시기에 무슨 일이 있어냐면 70년대 시작된 중동오일쇼크로 에너지 절감을 위한 고단열 주택 건축을 추진하던 시기가 80년대부터이다. 그러다가 오일값 떨어지면서 관심이 좀 줄었다가 2000년대에 들어와선 지구환경보호 측면에서 또 에너지 소비가 적은 집을 지어야만 한다는 쪽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시기이다. 거기에다가 세계화의 물결로 인해서 주택의 지역별 특색들이 사라진 시기이기도 하다. 그 결과 요즘 지어지는 집들은 옛날 집들과 다를 수 밖엔 없고 그러다보니 하자문제들이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을 했다는 것이다.

세상을 움직이는 원칙엔 작용과 반작용이라는 것이 있다. 뭔가 문제가 많아지면 그걸 다루기 위한 부분들도 함께 발전을 하는 것이다. 주택 하자 문제가 증가함에 따라 미국에선 빌딩사이언스, 건축과학이 발전을 했고, 영국쪽에선 빌딩패솔로지, 즉 건축병리학이 태동하여 발전을 했다. 근본적인 부분에선 같은 원리들이 적용이 되지만 중점적으로 다루는 부분에선 좀 차이가 있다. 빌딩사이언스는 건축물 전체의 성능쪽에 좀 더 포커싱이 되어 있고, 건축병리학은 말 그대로 건축물에 생기는 이상증상, 하자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이런 차이가 발생한 배경엔 미국쪽은 신축주택들이 많은 반면에 영국쪽은 오래된 건물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을 지을 땐 빌딩사이언스적인 부분에서 검토를 하고, 하자와 유지관리 부분에선 건축병리학적인 관점에서 접근을 하면 더 효율적이다. 양수겸장!

나같은 경우는 처음엔 집을 짓다가 궁금한 것들이 있어서 빌딩사이언스를 공부하였고, 빌딩사이언스를 활용한 방안을 찾다가 주택검사를 하게 되었고, 또 주택검사를 하다보니 하자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룰 수 밖엔 없어서 건축병리학을 배우게 된 케이스이다. 체계적인 지식습득이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지식정보들을 찾다보니 관련분야가 계속 늘어났다고나 할까. 좀 정리가 안된 상황이긴 하지만 국내엔 두 분야 모두 배울 곳이나 다루는 사람들이 없다보니 어찌하다보니 그냥 나홀로 전문가가 되어버린 꼴이다. 뭔가 남들 안하는 특이한 것을 하다보면 이렇게 되어버린다. ^^;
어쨋거나 건축 하자문제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그걸 다루려면 빌딩사이언스와 건축병리학은 꼭 필요하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빌딩사이언스는 예방의학이고 건축병리학은 임상의학이니 말이다. 주택검사나 건축하자문제, 하자소송 등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분들이라면 꼭 이 두 분야의 학문에서 눈을 떼지말고 차근차근 공부를 하시기 바란다. 미래 유망한 성장산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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