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건축관련 신기술에 대한 내 입장은 조금은 완고한 보수파라는 것을 먼저 밝혀둔다. 그래서, 내가 늘 하는 얘기중 하나가 건축에선 얼리어댑터는 되지 말라는 조언이다. 건축물은 오래오래 가는 물건인지라 뭐든 오래 사용하여 신뢰할만한 것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집에 사용되는 기계장치도 마찬가지이다.
최근에 복사냉방 방식이라는 것이 화제가 되고 있다. 패시브하우스에 적용되는 냉방 방식이다. 일반 주택엔 안된다. 왜냐면 결로문제 때문에... 그래서 복사냉방이라는 것이 나온지가 오래 되었어도 그리 활성화가 안되었다. 결로문제를 해결하려면 고기밀 주택이어야만 하고 실내온습도가 정교하게 조절이 되어야만 하는데 그게 의외로 까다롭다. 요즘은 센서와 자동조절 기술이 발달하다보니 주택에도 그런 방식을 적용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난 주로 하자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뭔가 새로운 것을 봐도 이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관점에서 주로 본다. 하자 문제 방지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는 단순한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선 복사냉방은 많이 복잡하다. 그 얘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미국에선 공조기에 제습기를 다는 방식으로 환기용 공기의 습도를 조절 한다.
하지만,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잘못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보니 관련된 내용들이 나온 자료나 동영상을 몇개 살펴봤다. 보다보니 이런 생각이 든다. 주로 패시브하우스 같은 고단열 고기밀 주택에 시공을 하는 것 같은데... 원래 그런 주택들은 항온항습을 유지하기가 쉽다. 환기를 위한 전열교환기, 에어컨, 그리고 제습기 3종 세트면 간단하게 될 것 같은데 왜 이리 복잡한 시스템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든다. 단순한 것이 좋다는 일반원칙은 여기도 적용이 된다. 추가로 얻는 것은 시원한 바닥인데 고단열고기밀 주택에서 항온항습을 유지하는 상황이라면 바닥도 그냥 시원할텐데... ^^;

그리고, 이건 내 하자문제 전문가의 관점에서, 특히나 습기와 관련되는 문제에 민감한 내 입장에서 볼 때 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이건 좀 시공하는 사람들도 신경을 많이 써야만 할 부분이다. 뭐냐면 바닥 콘크리트에 포함된 수분문제이다. 콘크리트는 금방 딱딱해지지만 금방 마르진 않는다. 그건 새 아파트단지들이 입주후 2차년도 정도까지는 결로 곰팡이 문제로 시끄러운 것을 보면 잘 알 수가 있다. 콘크리트에서 나오는 습기가 많다는 얘기이고, 콘트리트가 축축한 상태라는 얘기이다. 그런데, 그 축축한 콘크리트속에 매설된 난방배관에 차가운 물이 흐르게 만들면, 즉 콘크리트 바닥이 차가워지면 실내습도 조절을 열심히 해서 표면에 결로는 안생기게 만들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높은 함수율을 유지하고 있을 수 밖엔 없다. 특히 콘크리트와 마루바닥이 맞닿는 접점부분이 습도가 높아진다. 그럼 그 부분엔 문제가 생겨날 수 밖엔 없다. 문제는 그게 단시간엔 안생긴다는 것이다. 표면으로 드러나기 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린다. 스타코 벽체 문제가 드러나는데 7년이 걸리듯이 이것도 적어도 몇년은 걸릴 것이다. 그런 우려가 있다. 그래서, 복사냉방을 하겠다고 하면 바닥 콘크리트를 꽤나 오래 말려서 함수율을 많이 낮춘 상태에서 시공을 하는 것이 그런 하자문제를 줄일 수 있는 시공법이 될 것 같다.

다시 강조를 하지만 이건 내가 하자문제를 다루다 보니 그런 걱정이 된다는 것이지, 발생한 사례나 증명된 부분은 없다. 아직까지는 복사냉방도 시험적인 단계인 것으로 보이는데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만 할 부분이다. 시공된다음 한 10년쯤 지나면 장단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까진... 얼리어댑터 성향이 아니라면 그냥 전열교환기, 에어컨, 제습기 3종 세트가 더 손쉬운 선택이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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