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하다. 온도가 많이 내려갔다. 원래 서리가 내려야만 하는데 안개때문에 말짱하다. 원래 안개와 서리는 상극인지라 둘이 함께 생기지는 않는다. 작년 이맘때 그런 내용을 글을 쓴 것이 기억나서 찾아봤다. 있다. 아래의 글이다.
들깨 타작하느라고 바빳다. 아침 안개로 축축해진 들깨들을 타작할 곳에 모으는 일로 부터 시작을 했다. 목장갑이 금방 젖어 손이 시리다. 날은 추운데 서리는 내리질 않았다. 며칠전에 좀 더 추웠는데도 미약하나마 서리가 내렸었는데... 진서리가 내리지 않은 덕분에 아직도 뽕나무 잎들이 생생하다. 서리 한번 진하게 내리면 다 떨어져 버리는데... 하지만 고추잎은 다 축 늘어져서 말라가고 있다. 약하게라도 서리 한번 내리면 고추는 싹다 사망이다.
날이 더 추웠어도 서리가 내려앉지 않은 것은 안개때문이다. 이삼일전엔가 온 비로 인해 공기중에 습기가 많은 것이다. 밤새 차가운 밤하늘로 열을 빼앗긴 지표면이 차가워지면서 상대적으로 따뜻한 공기중에 포함된 수증기가 결로가 되어 생겨나는 것이 안개이다. 그러니까 안개가 만들어지는 원리나 집에 결로가 생기는 원리나 사실은 같은 것이다. 생기는 부분만 다를 따름이지. 서리는 결로가 생기면서 어는 현상이라고 생각을 하면 이해가 더 잘 될 것이다.
그런데, 왜 날이 추워도 안개가 생길때는 이슬은 생겨도 서리는 안 생길까? 그 현상의 원인을 다 알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작용한다는 것을 안다. 바로 잠열(Hidden Heat)이라는 것이다. 보통 사람들에겐 낮선 용어인데 에어컨 설치하는 분들은 무슨 얘긴지 잘 아는 얘기이다. 공기중의 습기가 가진 열에 관련된 용어이다. 습기가 무슨 열을 가졌다고???
주전자에 물을 넣어 끓이려면 열을 가해 주어야만 한다. 그럼 물이 끓으면서 수증기가 만들어진다. 그럼 그 과정을 꺼꾸로 진행한다고 생각을 해보자. 공기중의 수증기가 물이 되려면 반대로 열을 밖으로 내 보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 얘긴 즉, 수증기가 안개라는 작은 물방울들이 되는 과정에선 열이 난다는 얘기이다. 그래서, 안개낀 날은 좀 더 포근한 느낌이 들고 또 온도가 아주 낮지가 않다. 안개낀 날엔 눈도 더 빨리 녹는다. 그러니, 아주 얇은 얼음형태인 서리가 생길 수가 없다. 생겨도 금방 녹아버리고 이슬의 형태를 띠게 된다.
자연현상은 참 신기하다. 서로 보완적이다. 약간의 변화에도 전체가 다 함께 움직인다. 우리도 그런 대자연의 일부일 따름이다. 우리만 잘 살겠다고 고집 피운 결과가 요즘 우리가 겪는 기상이변 현상들이다. 우리에겐 이상한 일이지만 지구라는 큰 틀 안에선 이상증상이 아니라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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