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결과에 부족한 부분이 있어도 처방은 따라주는 것이 좋은데... 아쉽네!

 

얼마전 알고 있던 한 유럽식 시스템창의 시공팀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 분은 전에 신축 주택에 생긴 창문 누수 문제 때문에 검사를 몇 차례 요청을 하셨던 분이다. 창문 시공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시공사에서 자꾸만 책임을 떠 넘기니 사실을 밝히고 싶으셨던 것이다. 실제로 검사 결과는 창 시공 문제보다는 다른 문제들 때문에 누수가 생긴 경우들이었다. 정성을 들여 시공을 했기 때문에 그런 오해를 받으면 많이 억울하셨던 것 같다. 어쨋거나 검사를 통해서 받았던 오해는 풀리고 원인은 규명은 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화후 이런 집 아느냐고 사진을 한 장 보냈는데 낯설다. 집 전체가 나온 것이 아니라 부분만 나와서 그럴 것이다. 잘 모르겠다고 하니 작년에 내가 검사를 한 집 같다는 것이다. 내가 써준 리포트를 봤다는 것이다. 그런가? 기억에 없다. 그런데 왜 전화를 하셨냐니 보내온 사진부분에서 누수가 된다는 것이다. 작년에도 누수가 되었는데 올해도 또 누수가 된단다! 그래서, 내게 주택검사를 다시 받는 것이 어떠냐고 집주인에게 권하는 중이란다. 그럴 일이 아닌데 이상하다. 보고서에 있는 날짜를 알아서 자료를 찾아 확인해 보니 내가 검사한 집이 맞다. 게다가 그때 누수 원인도 바로 찾아서 누수 증상도 재현해 주면서 문제가 생긴 원인을 설명을 했던 집이다. 당연히 깔끔하게 해결이 된 줄 알고 내 머리 속에선 지워버렸던 곳인데... 왠 일?

여기서 물이 나와요!

집주인한테 그때 이런 저런 조치를 취하라고 했는데 그거 다 하셨냐고 물어봐 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창 주변만 살짝 손보고 정작 중요한 부분은 손도 안댔다. 이런 이런... 아마도 그 부분이 가장 돈이 많이 들어가는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현장에서 설명할 땐 알겠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그 중에 손쉬운 것들 일부만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셨던 것 같다. 게다가 그 집을 팔려고 지었던 집인지라 더더욱이나 돈을 들이긴 싫었던 모양이다. 그러니 또 누수 문제가 반복이다. 손 안댄 부분 빨리 고치시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2년전에 누수 검사를 했던 근린상가 건물이 있었다.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 당시 집주인과 현장소장도 함께 검사를 지켜봤다. 현장에서도 이런저런 문제들이 있으니 어떤 식으로 손을 보는 것이 좋겠다는 설명을 해 주었고, 리포트로도 그 내용을 다시 적어서 보내 드렸었다. 1년쯤 뒤에 다른 문제때문에 전화를 하셨다. 그래서, 지난 번 누수 문제는 다 해결이 되었냐고 물어보니 90%는 해결이 되었다고 한다. 왜 90%? 창 한 곳은 아직 해결이 안되었단다. 이유는 역시나 이다. 시킨대로 안했다. 왜 그런지는 이해가 간다. 벽체 하단부에 만들어진 창인지라 손보기가 까다로웠던 것이다. 그러니 또 다른 뭔가를 시도해 보면서 좀더 지켜보자 한 것이다. 그런 일들이 간혹 있다. 내 의견은 그냥 참고할 의견일 뿐 꼭 따르지는 않아도 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선택이야 본인들 마음이지만 그래도 내 생각엔 내가 더 전문가인데 좀 아쉽다는 생각이다.

요즘 생기는 질병들 중엔 병원에서 진단을 해도 원인을 알기가 어려운 것들이 있다. 온갖 조사를 다 해봐도 원인규명이 안된다. 특발성 질병이라고 한다. 집도 마찬가지 문제들이 있다. 그런 경우들엔 병원에서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도 그간의 경험과 연구과정을 통해 얻는 지식을 바탕으로 증상완화 처방을 해 드린다. 그런 조치들만으로도 효과를 많이들 본다. 그런데, 꼭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해서 병원을 순례하는 사람들처럼 집주인들 중엔 하자의 원인을 특정하지 않으면 처방을 잘 안따르는 분들이 있다. 계속 몇년간 원인 탐구만 하는 분들이 있다. 그런 분들은 내가 준 증상완화처방을 안따르는 경우들이 많다. 그 사이 집은 점점 더 망가 지는데 말이다. 원인을 찾겠다는 마음은 좋다. 이해를 한다. 하지만,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증상부터 완화시켜 놓고 찾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 아닐까? 병이 더 악화가 되면 원인을 찾아도 이미 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