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사이언스(건축과학)

건물도 사람처럼 아파요! 아픈 건물을 진단하는 건축병리학자는 홈닥터?

제프 주택하자문제전문가 2025. 6. 10. 05:06

한 분야를 열심히 파고 들다보면 의도하지 않아도 깊이와 넓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최근에 난 건축병리학에 빠져있다. 처음 접하는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간 내가 쭈욱 해오던 하자진단 중심의 주택검사가 지금와 생각해보니 건축병리학과 매우 근접한 방식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고 교과서격인 책들을 읽으면서 그간 해왔던 일들을 다시금 되새기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내가 연구해왔던 빌딩사이언스나 새롭게 정리하고 있는 건축병리학이나 관점만 조금 다를뿐 근본은 똑같다. 둘다 건축물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철저하게 과학에 기반을 해서 다룬다.

이 책 보고 있다는 얘기! 심화학습은 꼭 책보면서 해야만 한다!

 

빌딩사이언스는 건물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면서 그 안에서 열, 공기, 습기가 어떻게 작용을 하는가에 관심을 가진다. 건물의 성능에 촛점이 주로 맞춰져 있다. 반면, 건축병리학은 의학의 병리학이라는 용어를 차용하고 있듯이 건물을 사람과 같다고 본다. 그리고, 건물에 생기는 문제들을 사람의 질병과 같이 생각하고 다룬다. 문제가 있으면 그걸 진단하고 왜 그런 일이 발생을 했는지 그 원인을 찾는 것에 중점을 둔다. 원인을 규명해야만 제대로 치료를 할 수가 있다는 의사와 같은 관점이다.

사실 원래 미국에서 발달한 주택검사는 단순하게 겉으로 드러난 문제점만을 지적하는 역할이다. 때문에 본토의 주택검사리포트를 보면 이런 문장들로 가득차있다.

"이런 문제가 있으니 해당분야의 전문가에게 정밀점검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하지만, 난 처음부터 그런 수준으로는 국내에선 하자문제를 다루기 어렵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지라 나타난 증상뿐만 아니라 그 원인과 처방까지 함께 고민을 해왔었는데, 그게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건축병리학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었다.

건물에 나타난 증상을 찾는 것이 다 같은 것이지 뭐가 그리 큰 차이가 있을까 하는 분들에게 좀 더 이해가 쉽게 설명을 하자면 이런 것이다. 

아파트 천정에 이런 물자국이 생겼다고 하자!

 

원래의 홈인스펙션에선 천정에 물자국이 있다는 것까지만 알려준다. 그 다음엔 누수전문가 등의 추가조사를 받으라고 권헤준다. 하지만, 나같은 경우는 저 물자국이 왜 생겨났는지 하는 부분까지 더 깊게 조사를 한다. 왜냐면 누수에 의한 것인지 결로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서 공사의 범위가 달라지고, 또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경우엔 책임을 지는 사람까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 식의 조사방법이 건축병리학에서 하는 방법이다. 포렌식 검사법이라고도 부른다. 그래서, 건축병리학을 하는 사람들은 하자소송에도 깊게 관여가 된다. 일 자체가 입증자료를 만들어 주는 역할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와 미국 사이엔 왜 그런 차이가 생겼냐하면 미국같은 경우는 집을 사고팔기전에 검사를 주로 받는데 그땐 집에 이런저런 문제증상이 있다는 식의 표준화된 체크리스트 식의 검사가 그 집을 살까말까를 판단하기에 유용하다. 또 그런 식의 검사는 비용도 저렴해 범용적으로 활용하기도 좋다. 자동차 매매때 사용하는 점검목록과 같은 방식이다.

미국은 체크리스트방식인지라 표준화된 어플을 많이 사용을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이미 집을 짓거나 산 다음에 발견한 문제들에 대해서 검사를 요청을 한다. 증상은 이미 집주인들이 알고 있는 것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은 왜 그런 증상이 나타났는지 어떻게 고칠수가 있는지가 핵심이다. 그러니 건축병리학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밖엔 없었고, 검사비도 미국보다 비쌀 수 밖엔 없었던 것이다. 하는 일 자체가 다르다!

그러니, 내가 하는 일을 단순하게 홈인스펙터가 하는 일로 보기는 어렵고, 건축병리학이라는 용어를 감안해 생각해보면 차라리 "홈닥터" 라는 말이 더 잘 들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홈인스펙터에서 홈닥터로의 진화?

하지만, 홈닥터라는 말이 착와서 감기는 느낌이 없는지라 다른 더 좋은 말은 없는지 목하 고민중이다. 주택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