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주택에 아스팔트 슁글 지붕, 산불에 강할까? 건축재료보단 디테일
산청에 이어 안동쪽으로 산불이 심각하다. 뉴스에 나오는 장면들을 보니 불기둥들이 하늘로 치솟는 것이 마치 화산이 분출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다. 바람이 워낙에 세차다보니 이곳저곳으로 불길이 마구 번져가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바람이 잦아들고 비라도 조금 내려주면 좋을텐데...
집 근처까지 번져온 불길에 피해를 입은 집들이 많다. 일부 언론에선 목조로 지은 집은 더 잘 타고 벽돌로 지은 집은 더 안전하다는 식의 얘기를 하는데 글쎄다. 사실과 좀 다르다. 산불로 인한 피해를 조사한 미국쪽의 자료를 보면 건축재료보다는 불에 취약한 디테일이 산불피해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산불의 확산은 복사열, 비산불씨, 직접적인 화염접촉을 통해서 이뤄지는데 그중 비산불씨가 가장 큰 확산의 요인이라고 한다.
예컨데 집의 지붕이 아스팔트슁글로 된 집과 기와로 된 집이 있다면 언듯 생각하기엔 아스팔트슁글 지붕이 더 불에 약할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재료 자체보다는 바람에 날려온 불씨가 모이거나 들어갈 틈새 같은 것들이 더 많은 지붕이 화재에 더 약하다는 것이다.


예컨데 위 사진도 그렇지만 아래 사진을 보면 지붕에 튀어나온 도머와 지붕이 만나는 부분에서 불이 번져가고 있는데, 이 부분이 날라온 불씨가 쌓이기 좋은 형태이고, 또 연결부위인지라 틈새들이 있다보니 불씨가 안으로 들어가 불을 더 번지기 좋게 만드는 취약 부분이라는 얘기이다.

미국에선 지붕의 내화성에 대해서 UL과 ASTM 평가 기준에 따라서 네 단계로 나누는데 그중 class A가 가장 높은 단계이다. 그 class A에는 징크, 기와, 슁글이 모두 포함이 되고 우드 쉐이크와 같은 것이 그 밑의 단계로 평가된다. 그런 것들로 봐서도 지붕재료의 차이에 의한 내화성능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래서, 산불과 같은 화재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한 방법들에는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 지붕이나 물받이 등에 낙엽같은 것들이 쌓이는 곳이 없도록 하라는 얘기와 어딘가로 불씨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라는 것들이다.


특히, 처마벤트나 게이블벤트 같은 곳으로 불씨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 산불이 많은 지역에서 건축할 때 신경을 쓰는 부분인데, 요즘은 이런 제품들까지 사용을 해서 불씨가 지붕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다.


관련된 가이드라인들을 보면 이런 저런 조치들이 많이 나오지만, 그 첫번째가 집주변을 깨끗이 하는 것이다. 집 주변을 이런 식으로 만들어 놓으면 아무리 화재예방 디테일에 강한 주택이라고 하더라도 불 붙는 것은 순식간이다. 집 주변에 식물을 무성하게 자라게 하는 것은 불쏘시개를 옆에 두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화재 위험지역에선 최우선적으로 피해야만 할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