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시브하우스에 대한 또 다른 생각, 왜 미국사람은 시큰둥해 할까?
미국의 주택 건축업계에서 나도는 우스개소리 하나,
단열이 잘된 주택을 짓는 제일 좋은 방법은? 정답, 독일사람 시키면 된다.
단열에 집착하는 쪽으론 독일 사람 따라갈 만한 나라가 없는 것 같다. 패시브하우스와 같은 고단열 주택을 짓는 것의 원조는 자신들이라고 미국과 캐나다 사람들은 주장을 한다. 다만 이름만 패시브로 붙이지 않고 초고단열주택 정도로 불렀을 뿐이다. 이른바 브랜드 네이밍과 홍보에서 독일에 밀렸다는 것이다.
* 관련해서 적은 글이 하나 있었으니 관심있는 분은 참고하시고...
중요한 부분은 원조가 누구냐가 아니라 어쨌거나 독일은 패시브 하우스에 계속 열심인데 비해 미국이나 캐나다는 그다지 열성을 보이질 않는다는 부분이다. 그게 이 글의 주제이다. 왜 북미사람들은 패시브 하우스에 시큰둥 할까?
파인홈빌딩지를 훑어보고 있자니 그에 관련된 기사가 하나 있다.
북미쪽 사람들이 패시브 하우스에 시큰둥한 이유는 원조를 빼앗겼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의 계산법으로는 도대체 독일 사람들이 왜 패시브 하우스에 그렇게 열심인지를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7년에 보스톤에서 열렸던 빌딩의 에너지 절감에 대한 컨퍼런스에서 세 명의 발표자가 고단열주택의 에너지 소비와 관련된 발표를 했는데 모두 패시브하우스와 같은 초고단열 주택의 효용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를 했다는 것이다. 그때 한 발표자의 연구 데이터가 아래의 도표로 잡지에 실려있다.
설명을 하자면 연면적이 60평 정도되는 집 세채를 비교해 놓은 것이다. 왼쪽 집은 보통 주택이고 오른쪽 집은 고단열 주택이다. 가운데 분홍색 숫자가 단열재의 수치이다. 벽, 지하실, 지붕, 그리고 창과 문의 단열성을 표시한다. 그리고, 맨위쪽 검은 박스에 있는 수치가 에너지 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그 집에 필요한 태양열 패널의 용량을 나타낸다.

이 표를 들여다보면 여러가지를 알 수가 있다.
벽체와 지붕의 단열성은 두배 세배로 높일 수가 있지만 창문은 아무리 비싼 것을 써도 단열성을 그런 식으로 높일 수가 없는 것이니 창문 크기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집에서 사실 에너지가 많이 쓰이는 부분은 난방이 아니라 각종 전기장치들과 따뜻한 물을 쓰기 위한 것이고 그런 에너지들은 단열재를 얼마나 두껍게 쓰느냐 하는 부분과는 별 관계가 없다는 것, 집 전체의 에너지 사용량에서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고, 단열을 통해선 난방비를 1/3수준으로 절감을 해도 전체 에너지 사용량이 그 정도로 절감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 등등
난방에 쓰이는 에너지를 태양열로 보충하기 위해선 왼쪽집은 7.0Kw 정도의 패널이 필요한 반면 패시브 하우스는 5.0Kw짜리 패널이 필요한데 그 설치비 차이는 불과 3,850달러, 그러니까 우리돈으로는 한 4백만원차이 밖엔 없다고 한다. 거기에 비해 고단열에 필요한 단열재 가격과 시공비는 엄청난다. 게다가 태양열 패널 설치비는 나날이 싸지는데 단열재 가격과 시공비용은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해야만 한다.
그러니, 합리적인 사고에 강한 북미쪽 사람들은 굳이 패시브 하우스와 같은 초고단열 주택을 지으려고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비용투입대비 효율이 낮다는 거다.
그런면에선 우리나라 패시브 건축협회 같은 곳들이 제시하는 기준 정도가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독일 패시브하우스 기준은 1.5리터주택인데 비해 국내 협회가 제시하는 기준은 5리터 주택이기 때문이다. 패시브 하우스의 원조인 독일의 파이스트 박사는 한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5리터 주택에 대해 패시브하우스란 이름을 붙이는 것에 콧방귀를 뀌었지만 정작 전체적인 에너지와 비용의 효율이란 면에서는 그 양반이 너무 단열 한쪽에만 치우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쨋거나 미국의 통계자료는 우리가 에너지 효율에 대해 신경 쓸 부분이 단지 단열재를 얼마나 넣느냐 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 것을 시사해 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