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몰딩에 흰색 일변도의 인테리어, 결벽증에 걸린 우리사회의 단면
주택 기초의 측면은 겉으로 드러내 놓는 것이 좋다. 하지만, 땅속에 파묻거나 무언가로 가려 감춘 집들이 많다. 왠지 그런 모습에서 난 인간의 심리적인 요소들이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곤 한다. 이런 것도 있다. 이건 원래 반대로 감춰야만 하는 부분인데 자꾸만 드러내려고 한다. 바로 무몰딩 인테리어 경향이다. 최근에 몰딩이 있어야만 하는 부분들에서 자꾸만 없애는 쪽으로 권장을 하는 일들이 나타난다. 이건 확실히 건축을 하는 사람들과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다. 건축 쪽 사람들은 반대, 인테리어 쪽 사람들은 찬성 분위기이다. 의견의 차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건축하는 사람들은 집을 전체적으로 보는 반면에,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들은 실내에 보이는 부분에 집중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인터넷 신문에 나왔던 사진인데 요즘 인테리어 트렌드가 잘 나타난다. 무몰딩에 넓은 폴딩 창문에 온통 흰색이다. 나는 요즘 젊은 사람들이 이런 분위기를 좋아한다는 것에 대해서 많이 신기해 하고 있다. 혹자는 미니멀리즘이라고 포장을 하던데 내 생각엔 이건 미니멀리즘보다는 약간은 결벽증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심리학 하는 분들이 관심을 좀 가져보면 좋을 것 같다.
집을 짓는 건축이나 내가 하는 주택검사의 관점에서 본다면 몰딩이 없다는 것은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집을 지을 때는 자를 대고 선을 긋듯이 뭐든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닥과 벽체, 벽체와 바닥이 만나는 부분들이 항상 반듯하고 평평하고 직선에 직각으로 맞아 들어가질 않는다. 그래서 몰딩을 사용해서 선과 면을 반듯하게 다시 바로잡고 그것에 맞춰서 도배 등을 하고, 또 연결부위에 생길 수 밖엔 없는 빈틈들은 가려주는 것이다. 그리고, 집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재료들은 수축팽창을 하기 때문에 벽체와 지붕이 만나는 연결부위들엔 또 틈새들이 생겨날 수 밖엔 없다. 그런 건물의 움직임에 여유롭게 대처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로 몰딩 종류들이다. 인테리어를 하는 사람들도 아무리 무몰딩이라고 해도 바닥 쪽은 원목마루 등의 수축팽창 문제가 있기 때문에 주로 천정 쪽만 시공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천정은 석고보드와 석고보드가 만나는 부분이니 수축팽창 문제에선 바닥보다 좀 더 자유롭다.

무몰딩을 한다는 것은 비싸고, 하자가 생길 가능성도 높은 취약점이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몰딩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라 왜 요즘 사람들은 몰딩을 없애려고 하고, 실내는 온통 흰색 일변도로 만들어 버리려는 경향이 나타났을까 하는 부분이다. 폴딩도어는 왜 또 그렇게나 좋아할까? 내가 예전에 읽은 책들을 내용을 보면 흰색 일변도의 실내는 병원이나 정신병동 같은 곳에서나 하던 방식이다. 새하얀 벽은 마음의 여유를 없애고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은 예민해지기 쉽다고 한다. 그러니 실내에서 몰딩을 없애는 것도, 집안을 온통 새하얗게 한다는 것도 모두 그 안에 사는 사람들의 심리적인 여유를 없애고 예민한 사람들을 만드는 일들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예민함에서 비롯된 갑갑함을 폴딩도어를 넓게 열어젖혀 놓고 해소하려고 하는 것일까?
미니멀리즘 때문에 그런 경향이 나타난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미니멀리즘이란 가진 것을 줄여서 심리적인 여유를 더 늘리자는 것이지 줄이자는 얘기는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얘기하는 것과는 반대되는 경향이 아닐까 싶다. 혹시나 경쟁사회가 불러온 우리 사회의 결벽증, 편집증 등이 이제는 인테리어 쪽에도 반영이 되는 것이 아닐까? 예전에 인텔의 앤드류 그루브가 쓴 책의 이름이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였던 것을 보면 말이다.
흥미로운 현상이다. 이젠 집도 전통적인 의미의 편안한 안식처라기 보다는 경쟁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것을 끊임없이 무의식적으로 강요를 하는 그런 장소가 되어가는 것 같다. 마치 F1의 피트스탑처럼 바깥에서 치열하게 활동하다 잠시 들어와서 정비를 받고 다시 또 바로 나가는 그런 곳 말이다. 그런 식으로 평생을 계속 뛰어야만 살아남는 그런 사회가 되어버린 것일까?
그런 사회적인 변화가 집의 인테리어에도 반영이 되어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