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직관이 작동하면 오랫동안 해결되지 못했던 주택하자 문제도...
전문가의 직관은 하루 아침에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관련되는 일을 하고 연구를 하는 과정에서 길러지는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또 다른 책 아웃라이어에선 그걸 1만시간의 법칙으로 얘기를 한다. 한 분야에 있어 전문가가 되기 위해선 1만 시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어제 어떤 분이 보내주신 주택문제에 대한 사진들을 보니 찜찜한 부분이 있다. 내가 봤을때 찜찜하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은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나로선 아직 하자문제에 있어서 전문가의 직관을 얘기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나마 남들보다는 좀 더 폭넓고 민감한 감지기를 가지고 있다고는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감지기는 다양한 하자사례들의 연구와 현장경험을 통해서 점점 더 커져가고 민감해져 가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이런 사례 같은 것을 접한 사람과 알지 못하는 사람은 문제를 바라보는 시야 자체가 다르다.
30년된 3층짜리 조적식 아파트 건물이 있다.
지하실은 크롤스페이스로 만들어져 있다. 중앙집중식 냉난방 환기시스템이 적용된 건물이다. 겨울철만 되면 3층 한 집이 습도가 이상하게 높아져 집안에 온통 곰팡이 투성이가 되곤 한다. 집을 다 뜯었다 고쳤다를 몇년째 반복중이다. 하지만 겨울철만 되면 똑같은 현상이 재발된다. 지붕쪽도 띁어봤다. 누수의 흔적조차 없다. 수리비만 벌써 수억 들어간 상황이다. 더 이상 해결이 안된다면 거주를 포기해야만 할 상황이다.
전문가가 나섰다. 습도가 높다는 것은 어딘가에 물이 있다는 얘기이다. 건물을 지붕부터 바닥까지 다 뒤져보니 지하실이 많이 습하다. 물이 첨벙거린다. 그런데, 1, 2층은 멀쩡하고 다른 집들은 다 멀쩡한데 왜 그 집만 지하실의 습기 영향을 받을까?
측정하고 재어보니 지하실과 3층의 그 집을 연결하는 무언가 통로가 있다. 세세하게 하나하나 체크해 나가다보니 지하실에서 각 가구로 올라가는 전선용 배관 통로가 있다. 빙고! 지하실에서 3층 문제의 집으로 연결되는 습기의 고속도로를 찾아낸 것이다. 희안하게도 이 통로가 1, 2층쪽으로는 열려있지 않고, 3층 그 집 천정쪽으로만 열려 있었던 것이다.
해결 방법은 만원짜리 우레탄폼으로 위아래 구멍을 막아 버리는 것이다. 몇년동안 수억 들여도 해결하지 못했던 문제를 단돈 만원으로 해결한 것이다. 전문가의 직관과 그에 따른 정확한 진단이 가지는 힘이다.
만일 이와 비슷한 수많은 하자사례들을 접하지 못했다면 아마도 계속 3층 그 집만 뜯고 고치고를 반복하는 식의 일들만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에 대한 연구와 경험은 좀 더 탐지범위가 넓은 고성능의 하자감지 레이더를 배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자양분의 역할을 한다. 오늘도 성능향상을 위해 계속 전진, Keep going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