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롤스페이스, 이건 우리나라엔 사용되면 하자문제는 불가피할 듯
크롤 스페이스는 북미식 목조주택에선 많이 설치가 되는 공간이다.
무슨 장점이나 필요성이 있어서 설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바닥난방을 하지 않는 미국 사람들에겐 집을 싸고 쉽게 지으려다 보니 어쩔수 없이 생겨난 부수적인 공간이다. 크롤 스페이스가 있으면 나중에 배관수리에 편리하다느니 하는 얘기는 사실 나중에 장점을 찾으려니 나온 얘기들일뿐이다.
그림을 보면서 설명을 좀 해보자. 미국의 목조 주택은 대개 바닥난방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바닥면에 나무로 플랫폼을 만든다.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이런 플랫폼을 만드는데 가장 좋은 기초는 줄기초이다. 테두리 부분만 만들어 나무의 양끝만 받쳐주면 되기 때문에 만들기도 쉽고 전체 수평 맞추기도 좋고 훨씬 더 경제적이다. 미국은 콘크리트 값도 비싸다.
이 상태에서 위쪽에 T/G 합판 덮고 그 위에 벽체부터 세워 가는 것이다. 잠깐 뭐가 빠지지 않았는가?
그럼 아래쪽은 단열을 안 하는가?
당연히 단열을 한다. 단열재를 넣어야 한다. 어디서? 저 플랫폼의 아래쪽에서 단열재를 넣어야만 한다. 그래서 그런 일을 할 공간이 필요하다. 줄기초가 낮으면 못 들어간다. 조금 더 높이를 높여야만 한다. 그래서 생겨난 공간이 좀 더 넓은 방식의 크롤스페이스다. 기어 들어가서 단열재 넣는 작업 한다는 얘기다. 또 어떤 사람들은 기왕에 만드는 김에 크게 만들자고 아예 지하실처럼 만들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크롤스페이스가 낮으면 기어들어가서 아래 사진처럼 단열재를 넣어야만 한다. 힘들다. 참고로 크롤이라는 단어 자체가 기어 들어간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보통은 아래 사진 정도의 높이로 만들어진다. 적당히 수그리고 앉아서 작업하기 좋은 높이로. (아래 사진은 사실 잘못된 단열재 시공방식이다. 지면에 접하고 있는 외벽엔 유리섬유 단열재를 쓰면 안 된다. 습기 문제가 생겨난다)
그런데, 이 크롤스페이스는 태생적인 문제점이 있다.
집 아래 음침한 공간이기 때문에 온갖 습기와 곰팡이 문제들이 생겨나기 쉽다는 것이다.
크롤스페이스에 환기구멍을 만들던 만들지 않든 간에 상황은 그리 다르지 않은 골칫거리 문제이다.
이런 골치거리 문제가 생기는 원인, 습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을 GBA에선 4가지로 정리를 해 놓았다. (위의 그림의 번호와는 관련이 없다.)
첫 번째는 배관이 새는 것이다. 어찌 보면 크롤스페이스에서 배관 수리가 쉽다는 얘기는 그곳에 노출된 배관이 더 잘 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지 모르겠다.
두 번째는 땅바닥이다. 아래쪽 흙에서 올라오는 습기가 만만치가 않다는 얘기다.
세 번째는 측면의 기초 벽을 통해서 스며들어오는 습기들이다. 콘크리트가 습기를 잘 전달하니 이 양도 적지는 않을 것이다.
네 번째는 여름철의 습한 공기가 크롤 스페이스의 환기구멍으로 들어와서 생기는 결로이다.
여기에 Water in buildings의 저자 빌 로즈가 하나 더 추가를 해 놓았다.
다섯 번째로는 줄기초의 환기구멍들이 너무 낮아서 비가 많이 오면 수문이 되어버리는 경우들도 많다고 한다.
이런 골칫거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기존의 방식으론 만드는 크롤스페이스는 안되고 새로운 방식으로 크롤 스페이스를 만들어야만 한다고 조언한다. 사방을 다 비닐로 막아버려서 습기 자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미국 쪽에선 주택 리모델링 작업 중 상당수가 이 크롤 스페이스를 개선하는 일들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옛날 구닥다리 방식은 문제가 많은 골칫덩어리가 되었다는 얘기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바닥난방을 하기 때문에 저런 크롤 스페이스가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 중에 저 크롤 스페이스의 기능에 대해서 잘못 생각을 해서 마치 저것이 뭔가 선진적이고 좋은 것인 양 생각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다. 바닥난방을 안 하고 미국처럼 공기 난방만 한다면 새로운 방식의 크롤스페이스를 만드는 것이 좋겠지만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오히려 돈 쓰고 머리 아픈 일만 만들 가능성이 있다. 주의해야만 할 일이다.
최근에 모듈라 형식 주택의 경우엔 콘크리트 슬라브 위에 올려놓으면서 아래쪽에 의도치 않은 크롤 스페이스가 생겨버리는 문제가 있다. 하자가 생길 수가 있는 구조이다. 좀 더 세심한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